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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으로 드러난 의약품 '공급망' 취약성, 해결책은?

  • 2022.10.27(목) 06:40

전문가들, 자국 우선주의 등 원인으로 지목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위해 '파트너십' 강조

코로나19 창궐 이후 각국이 문을 걸어 잠그면서 원료의약품과 의약품 원부자재 공급망이 붕괴됐다. 세계 곳곳의 원료의약품 생산 공장의 가동이 중단됐고, 이로 인해 여러 국가가 원료의약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원료의약품 및 의약품 원부자재의 전 세계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6일 열린 '2022 세계 바이오 서밋'에서 글로벌 바이오 업계의 전문가들이 원료의약품 및 의약품 원부자재의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행사에서 전문가들은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글로벌 협력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는 전 세계 원료의약품 및 의약품 원부자재 공급망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 2020년 1월부터 4월까지 70개 이상 국가에서 260여 개에 달하는 교역 제한 조치가 단행됐다. 또 여러 국가가 백신과 치료제를 먼저 확보하려는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강화하면서 공급망 붕괴가 가속화됐다.

26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2022 세계 바이오 서밋에서 업계 전문가들이 의약품 원부자재 글로벌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차지현 기자 chaji@

업계 전문가들은 전 세계 원료의약품 및 의약품 원부자재 공급망 붕괴의 원인으로 △자국 우선주의 △한정된 공급자 △표준화의 부족 △인허가 및 수출 제한 등을 꼽았다. 팬데믹 기간 미국 백악관에서 코로나19 공급조정관을 역임한 팀 매닝 버글린드매닝 대표는 "코로나19 동안 바이오 의약품의 생산과 공급에 차질이 생긴 이유는 백신 제조 역량의 문제라기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원부자재 공급망의 붕괴"라며 "위기 상황에선 백신 민족주의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이 같은 현실을 미리 반영해 대응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후미에 그리에고 국제제약협회연맹(IFPMA) 사무차장은 "평균적으로 백신 하나를 제조하는 데 800여 개의 서로 다른 원료가 들어가고 원료의약품의 경우 의약품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쉽게 생산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면서 "특히 코로나19로 처음 상용화된 메신저리보핵산(mRNA) 플랫폼의 원료 제조 설비를 단기간에 확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이후 인허가나 수출 관련 규제도 적시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역시 "팬데믹 상황에서 자국이 먼저 의약품을 갖고 싶어 하는 욕망이 나타나고 이에 따라 불평등이 뚜렷해진다"며 "원료의약품은 공급자가 매우 적은 데다 제조 및 생산을 위한 표준화된 기준이 없어 위기 상황에서 공급에 더욱 취약하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원료의약품 및 의약품 원부자재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국제기구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원료의약품의 규제나 제조 관련 기준을 통일하는 게 쉽지 않은데 국제기구가 나서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정부와 각 기업은 공급 현황이나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해 향후 팬데믹이 생기면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최수림 아미코젠 연구소장은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해선 의약품 원부자재를 생산하는 플레이어(기업)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며 "바이오 의약품의 원부자재의 제품 생산은 까다로운 데 비해 규격이 정해져 있지 않고 정보가 제한적이라 후발 업체의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나 국제기구에서 원료의약품과 원부자재의 규격을 표준화하고 생산 설비 가이드라인 제시하면 공급망을 다양화하고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윤희 산업연구원(KIET) 신산업실 선임연구위원도 국제기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에 힘을 보탰다. 최 연구위원은 "국제보건기구(WHO) 등의 국제기구가 자국 이기주의나 폐쇄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원부자재 수요 전망 모델을 미리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원부자재의 수요를 예측하면 공정한 배분이나 타 의약품 생산에 미치는 영향 등을 미리 계산하고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전 세계 의약품 원부자재에 관련된 통계를 만드는 건 한 국가가 할 수 없고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글로벌 수준에서 만들어야 할 일"이라며 "국가별 대응도 필요하지만 이런 협의체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시작돼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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