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충전 케이블을 충전기와 연결할 때 단자 모양이 달라 불편했던 경험, 다들 한 번씩 있으시죠. 이런 불편함은 케이블을 위아래 방향 구분없이 꽂을 수 있는 단자 모양을 가진 USB(Universal Serial Bus)-C가 등장하면서 해결됐어요. 최근 출시하는 소형 전자기기는 대부분 USB-C를 채택하고 있어요.
최근 유럽에 이어 국내에서도 충전과 데이터 통신 단자를 USB-C로 통일하겠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어요. 빠르면 이달 내로 USB-C를 국가 표준으로 지정한다고 해요. 이번 테크따라잡기에서는 전 세계 단자 통일에 나선 USB-C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요.
범용성 높은 USB-C
USB는 일반적으로 형태에 따라 USB type-A·B·C(USB-A·B·C)로 나눠요. 2014년 처음 공개된 USB-C는 USB-A에 비해 크기가 작고, 케이블의 위아래 구분이 없어 연결이 쉽다는 장점이 있어요. USB-B는 스마트폰이나 PC보다는 프린터 포트로 많이 사용돼요. 정사각형 모양인데 밑은 각지고 위쪽 모서리는 경사진 모양을 가졌어요.
USB-C라는 단어는 속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단지 단자 모양을 말하는 명칭일 뿐이에요. USB-C 타입이어도 어느 버전인지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죠.
USB 버전은 숫자로 구분해요. 가장 처음 나온 1.0은 현재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요. 2000년에 공개된 USB 2.0은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방식으로, 480Mbps(기가비트퍼세컨드)까지 속도를 낼 수 있어요.
USB-C가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른 이유는 USB 3.0 이상을 지원하기 때문이에요. 모양이 USB-C여도 2.0버전이라면 속도가 느린 것이죠. USB 3.0은 최소 초당 5Gbps의 전송 속도를 구현했어요. USB 2.0에 비해 10배 가까이 빠른 셈이죠. USB 3.0에서 파생된 3.0 Gen 2는 최대 10Gbps까지 지원한다고 해요.
USB-C를 도입하면서 고속 충전도 가능해졌는데요. 그 이유는 USB-C가 USB-A에 비해 많은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기 때문이에요. USB-C는 3A, USB-A는 1.5A까지 전류를 흘릴 수 있어요. 전력이 높을 수록 충전 속도가 빠른데, 전력은 전압과 전류를 곱해서 얻어요. 즉, 같은 전압이라면 전류량이 많을수록 높은 전력을 낼 수 있어요.
현재 스마트폰·태블릿·노트북 등 대부분의 최신 전자제품들은 대부분 USB-C 타입을 채택하고 있어요. 빠르고 작아 휴대성이 좋기 때문이죠. 여러 제품이 USB-C를 사용하니 호환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어요.
이 때문에 지난달 유럽연합(EU)은 휴대형 전자기기 충전 단자를 USB-C로 통일하는 법안을 최종 승인했어요. 2024년부터 EU 가입국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과 디지털카메라 등 12가지 제품에 이 법이 적용될 예정이에요.
국내에서도 USB-C를 표준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달 23일 전자제품 접속 단자를 USB-C타입으로 통합하는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어요. 이 표준안은 지난달 18일 기술심의위원회를 통과했고, 이르면 이달 말 국가 표준으로 제정될 전망이에요.
애플이 '라이트닝' 고집한 이유
대부분의 전자 기기가 USB-C를 탑재한 데 반해 아이폰만 독자 규격인 '라이트닝' 단자를 채택하고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가진 아이폰이 독자 규격을 사용하다 보니 충전기를 여러 개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죠. 또 버려지는 충전기의 양도 늘어나 환경 문제까지 생기죠.
라이트닝은 지난 2012년 아이폰5와 함께 등장했어요. 기존 30핀 충전기에 비해 작고, 위아래 구분이 없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모든 애플 제품에 적용됐어요. 하지만 USB-C의 등장 이후 점점 라이트닝 단자를 USB-C로 바꿨고 현재는 아이폰과 에어팟만 라이트닝을 사용하고 있죠.
라이트닝 케이블이 USB-C보다 좋은 성능을 보이는 것도 아니에요. 라이트닝 표준 케이블을 테스트 한 결과, USB 2.0 수준의 480Mbps로 나타났어요. USB-C가 속도도 더 빠르고 라이트닝과 마찬가지로 위아래도 똑같은데 애플이 아이폰에만 라이트닝 케이블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재 애플도 자사 제품 중에 맥북·아이패드 등에는 USB-C를 사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이폰과 에어팟만큼은 라이트닝 단자를 고집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 배경엔 MFi(Made for iPhone·iPad)인증이 있어요. 애플은 MFi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 업체가 애플 기기의 악세사리를 만들 때 제품 개발부터 양산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하고 있어요.
MFi 인증 제품은 스마트폰 제조사가 아닌 협력업체가 만든 '서드파티 제품'이지만, 정품과 동일한 성능을 낸다는 애플의 보증이 있다는 것이죠. MFi 인증을 받기 위해서 협력업체는 애플의 라이센스를 사용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요. 애플에선 세계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는 아이폰에 라이트닝 독자 규격을 사용하면서 라이센스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거죠.
아이폰에 USB-C를 채택하게 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범용성이 높은 충전 단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애플의 MFi 라이센스 수익은 줄어들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렉 조스위악 애플 글로벌 마케팅 부사장이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 테크 라이브 콘퍼런스에서 "EU가 전자기기 전반에 걸쳐 표준 충전기를 의무화하기로 한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애플도 법안을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어요. 아이폰도 USB-C 타입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아진거죠.
앞으로 애플이 어떤 충전 단자를 선택할지는 내년 아이폰15 시리즈가 출시되면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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