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지난해 '상고하저'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상반기까지 좋았던 흐름을 하반기 노조와 화물연대 파업이 끊어냈다. 올해는 지난해 수준의 실적이 점쳐지고 있다. 전방산업인 자동차와 조선이 활기를 띨 전망인 가운데 건설업황이 변수로 남아있다.
현대제철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27조3406억원, 영업이익 1조6166억원의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9.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3.9% 감소했다. 각종 변수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경영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철강 빅4 실적과 비교해도 양호한 수준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4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6.7% 쪼그라들었다. 실적 발표를 앞둔 동국제강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10%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아제강은 영업이익 2152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2021년의 호실적을 이어가는 분위기였다. 2분기에는 후판 및 차강판 인상분 등을 반영해 실적을 밀어 올렸다. 주요 고객사인 자동차업계 생산량이 늘어난 점도 현대제철에 호재였다.
그러다 3분기 태풍 힌남노로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되면서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분기별로 보면 4분기가 가장 저조했다. 한분기 만에 6000억원가량 쪼그라들었다. 시황 하락과 안팎으로 일어난 파업이 발목을 잡았다. 제품 생산부터 출하까지 모두 차질을 빚었다. 현대제철은 당초 4분기에 제품 465만톤을 판매할 계획이었으나 이 때문에 400만톤 정도로 수정하기도 했다.
공장 풀가동 무리없어…건설 회복 관건
파업 리스크는 올해 들어 해소된 상태다. 고로 제품 생산라인 등은 풀가동되고 있다. 고로 제품은 현대제철 매출의 58% 정도를 차지한다. 모빌리티 소재 제품 생산도 정상화됐다. 현대제철은 올해 제품 목표 판매량을 총 1958만6000톤으로 올려 잡았다. 지난해 대비 7.1% 커진 규모다.
제품 판매 가격 인상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올해 전력 요금 상승분(kWh당 13.1원) 등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현대제철은 현재 상반기 자동차 강판 가격 협상을 준비 중이다. 중국의 경기부양책으로 글로벌 철강 시황이 점진적으로 상승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철강수요는 18억1500만톤으로 전년 대비 1% 늘 전망이다. 중국에서만 9억1400톤이 예상됐다. 현대제철은 생산 제품의 30%를 수출한다. 중국의 추가 수입이나, 중국 제품이 덤핑가로 국내에 유입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신규 성장시장도 공략한다. H형강 활용 공법에 대한 기술교류와 각종 강재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물류, 데이터센터 시장 및 모듈러 시장에서의 기술영업을 강화해 신규 수요를 창출할 계획이다.
연구개발 부문에서는 ▲탄소중립 대응 저탄소 제품 양산화 기술 개발 ▲모빌리티 전동화 대응 핵심 부품소재 기술개발 ▲디지털 업무 환경 고도화 및 독자적 스마트팩토리 구축 등 철강산업 메가트렌드 대응을 위한 핵심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탄소 신원료 활용을 통한 고로 탄소 저감 공정 기술 개발, 전동화 관련 프리미엄 독자강종 확대, AI를 활용한 자동화 구현으로 스마트팩토리 등대공장 선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도 현대제철은 유럽과 미국 중심의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체코 핫스탬핑 공장 증설을 통해 유럽향 핫스탬핑 수주 및 판매를 강화하고, 미국 현지 전기차 소재 판매기반 확보를 위해 미국 전기차 소재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국내 건설업황만 견조하다면 실적 상승은 무난히 가능할 전망이다. 올해 국내 건설산업은 고금리 등으로 수주 감소가 점쳐진다. 현대제철은 대형건설사 중심 판매 기조, 고부가 제품 주력 등의 전략을 구사해 수익을 담보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올해 실적에 대해 전년 수준과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률은 6%를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