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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삼성·퀄컴·구글 'XR 3각연대'가 겨냥한 곳은

  • 2023.02.06(월) 17:30

확장현실, 스마트폰 이을 새로운 성장동력 기대감
하반기 애플 리얼리티 프로 출시전 경쟁력 선보여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삼성전자도 메타버스 기기를 준비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이 지난해 2월 MWC 2022에서 한 말입니다. 이로부터 약 1년이 지났습니다. 최근 한 부회장이 말했던 '메타버스 기기' 계획의 일부가 드러났습니다.

바로 XR(확장현실) 시장을 정복하기 위해 삼성전자·퀄컴·구글이 '3자 동맹'을 구성한거죠.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지난 2일 열린 '갤럭시 언팩 2023'에서 "퀄컴, 구글과 함께 차세대 확장현실 경험을 만들고 모바일의 미래에 다시 한번 변화를 가져오겠다"고 밝혔습니다.

퀄컴, 구글과 협력해 XR기기를 출시한다는 구상이죠. 삼성전자의 하드웨어에 퀄컴의 두뇌, 구글의 운영체제(OS)을 적용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합니다. 

삼성이 선택한 '미래 먹거리'

XR은 가상 세계를 구현하는 가상현실(VR)과 현실에 가상 이미지를 덧붙여 만들어내는 증강현실(AR)을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다가올 미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예를 들면 게임에 생동감을 더하고, 중요한 수술에 앞서 복잡한 과정을 미리 진행해볼 수 있는 용도로 XR을 사용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XR기기를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성장 동력으로 점찍고 준비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삼성전자의 선택은 최근 MX사업 부진과 겹쳐 더 돋보이고 있는데요. 삼성전자에 따르면 MX사업부는 지난해 영업이익 11조38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2021년 기록한 13조6500억원보다 16.6% 감소한 수준입니다. 

스마트폰 수요가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전체적인 가격이 오른 탓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2021년(13억4000만대)보다 약 10% 줄어든 12억700만대였습니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출하량도 2억7200만대에서 2억5900만대로 약 4.8% 감소했습니다.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비교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문제는 스마트폰 수요 감소가 앞으로 쭉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인데요.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체 주기가 길수록 스마트폰 수요는 줄어듭니다. 최근 스마트폰의 성능과 내구성이 상향평준화 된 탓에 2년 정도였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3년을 넘어섰죠.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해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역대 최고 수준인 43개월에 도달한 것으로 추산됐다"며 "올해부터 점진적으로 단축될 것으로 보이지만, 40개월 이상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가 탄탄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도 위협 요인이 생겼습니다. 바로 애플페이입니다. 애플페이는 올해 국내 출시가 유력한데요. '삼성페이 때문에 갤럭시 쓴다'는 말까지 나올 만큼 삼성페이는 국내에서 갤럭시가 보유한 차별화 포인트였습니다. 하지만 애플페이를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면 갤럭시만 가진 '무기'가 하나 사라지는 셈이죠.

삼성전자는 앞으로 스마트폰과 함께 XR기기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고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입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과 '연합 전선'을 구축한 것도 삼성전자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시장 선점'과 '애플 견제'

삼성전자는 아직 개화하지 않은 XR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도 있습니다. XR시장은 성장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힙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글로벌 XR시장이 2022년 138억달러(약 17조2555억원) 규모에서 2026년 약 509억달러(63조6453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XR시장은 올해부터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질 전망입니다. 삼성전자가 경쟁할 '선수'들도 호락호락하지 않죠. 자체 생태계를 갖춘 애플, 플레이스테이션5와 연동성을 내세운 소니, 그리고 현재 VR기기 분야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메타 등 여러 빅테크 업체들이 올해 XR기기 출시를 예고한 상태입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가장 신경쓰이는 경쟁자는 애플입니다. 애플은 올 상반기 XR기기 '리얼리티 프로(Reality Pro)'를 출시하고, 초도물량으로 50만~70만대 정도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애플의 장점 중 하나는 기기 간 연동성입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자체 생태계를 기반으로 XR시장에서도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나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퀄컴, 구글과 동맹을 맺은 가장 큰 이유가 '애플 견제'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 세 회사는 모두 애플과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삼성전자는 애플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현재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애플의 iOS와 모바일 OS시장을 양분하고 있고, 퀄컴은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분야에서 애플과 겨루고 있죠.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세 회사의) 협력 배경은 2023년 6월 공개 및 하반기 출시가 예상되는 애플의 리얼리티 프로가 출시하기 전 먼저 관심을 끌고 경쟁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의지"라며 "미래 IT기기를 대표할 XR시장에서 애플이 시장을 선점하는 경우 스마트폰 매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의 위험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사실 삼성전자는 이미 가상현실 시장에 진출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14년 오큘러스(現 메타)와 협력해 '기어 VR'을 출시했죠. 하지만 시장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자 삼성전자는 사업을 점차 축소시켰고, 결국 2020년 VR사업에서 철수했습니다. 과연 절치부심해서 돌아온 삼성전자의 두 번째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올해 XR시장을 주목해야 할 포인트가 한 가지 더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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