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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바이오워치]세계 첫 디지털 치료제 몰락…시사점은

  • 2023.04.16(일) 10:30

디지털 치료제 기업 페어 테라퓨틱스 파산보호 신청
보험급여가 성장 걸림돌…"국내도 수익모델 고민 필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글로벌 트렌드 파악이 중요합니다. 혁신 기술과 신약에 대한 가치는 현존하는 기술이나 기존 신약 대비 우월성, 차별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바이오워치]는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한 바이오 소식을 다룹니다. [편집자]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치료제(DTx)를 개발한 페어 테라퓨틱스가 최근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했습니다. 챕터11은 파산법원 감독 아래에 구조조정 절차 등을 진행, 기업회생을 모색하는 제도입니다. 국내 법정관리 신청과 유사합니다. 파산보호를 신청한 기업은 채무이행을 잠시 중단한 뒤 자산 매각 등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하게 됩니다.

DTx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질병이나 장애를 예방·치료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입니다. 애플리케이션(앱),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질병을 개선하거나 치료합니다. 정신질환(우울증·알코올중독·인지장애 등)과 만성질환(당뇨·고혈압 등) 치료를 중심으로 DTx가 개발되고 있죠.

세계 첫 디지털치료제 개발사 파산

페어 테라퓨틱스가 DTx 분야의 선구자로 꼽힙니다. 지난 2013년 설립 이후 3개의 DTx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했습니다. 알코올, 마약 등 약물사용장애(SUD)에 도움을 주는 DTx '리셋'을 2017년 전 세계 처음으로 선보였고요. 이후 2018년과 2020년 각각 마약성 진통제 중독 장애 인지행동치료(CBT) DTx '리셋오'와 불면증 DTx '솜리스트' 등을 출시했습니다.

문제는 매출 대비 비용 지출이 너무 많았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페어 테라퓨틱스 매출은 1269만달러(약 164억원)였습니다. 전년(421만달러)보다 202%나 성장한 수치입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연구개발 비용이 4830만달러(약 625억원)에 달했습니다. 매출의 4배에 가까운 비용을 연구개발에만 투자한 셈입니다. 이에 따라 순손실이도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순손실은 2021년 6514만달러에서 지난해 7549만달러로 늘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830만달러였습니다.

앞서 페어 테라퓨틱스는 비용 지출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2분기 전 직원의 약 9%에 해당하는 25명의 직원을 해고한 바 있습니다. 이어 3분기 직원을 59명을 추가로 해고했고요. 자금 조달을 위해 헬스케어 재무 컨설팅 은행 MTS헬스파트너스를 재정 고문으로 고용해 매각, 흡수합병, 기술이전 등도 추진했습니다. 이런 노력에도 유동성 위기를 피할 수 없었고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 파산보호 절차에 따라 페어 테라퓨틱스 이사회는 전체 직원의 92% 수준인 170여명을 해고하기로 했습니다. 해고 대상에는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코리 맥켄 박사도 포함됐습니다. 나머지 15여명의 직원이 파산 절차를 진행합니다. 이들은 회사 자산을 정리해 채권자와 투자자에게 나눠 줄 예정입니다.

기대 모았지만 보험 적용 '발목'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페어 테라퓨틱스가 심각한 자금난에 빠진 원인은 과도한 비용 지출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매출이 빠르게 늘었다면 파산 절차에 돌입하는 사태까지는 피할 수 있었겠죠. 특히 페어 테라퓨틱스의 DTx는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대를 모았던 제품입니다. 회사는 2021년에 스팩 합병으로 나스닥에 상장했는데, 당시 기업가치가 16억달러(약 2조763억원)에 육박했을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유망한 제품의 매출 성장이 더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업계에서는 보험 급여 적용이 걸림돌이 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회사의 DTx 제품들은 FDA 허가를 받은 지 5년이 넘었지만 미국 내 일부 공공·민간 보험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계약상 지표를 충족하지 못하면 받은 금액을 다시 토해내야 하는 조건이 달렸습니다. 미국의 경우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도 DTx에 대한 기업간거래(B2B) 영업이 가능하긴 하지만, 이것만으로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많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인허가 넘어 수익모델도 고민해야"

이번 페어 테라퓨틱스 사례는 국내 DTx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보험 체계가 사보험 위주로 운영되는 미국과 달리 국내는 건강보험이라는 공보험이 중심입니다. 이때 DTx가 건강보험에 등재되지 못하면 의료 현장에서 사용돼도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급여화라는 문턱을 넘어야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국내에서는 지난 2월 첫 번째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DTx가 탄생했지만 급여 적용 등이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게다가 현행법상 환자는 DTx 개발 기업에게 의료비를 직접 지급할 수도 없습니다. 건강보험 수가에 진입하더라도 병원 등 의료 기관을 거쳐야만 매출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의료진이 DTx를 도입할만한 확실한 임상 결과 등이 필요합니다.

세계적으로 DTx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입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전 세계 DTx 시장은 2022년 38억8000만달러(약 5조원)에서 연평균 20.5%씩 성장해 2030년 173억4000만달러(약 2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여러 기업이 임상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만큼 식약처 허가 DTx가 점점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요. 다만 제품 인허가나 급여권 진입이 종착지는 아닙니다. 기업들이 수익 창출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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