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나은수 기자] 포스코 광양제철소. 자동차 강판을 생산하는 7CGL 공장에서 차로 7분 정도 이동하자 큼지막한 공장건물 한채가 나타났다. 내부를 보니 아직 설비가 다 차지 않아 공장이라 부르기엔 어색한 모습이다.
이 건물은 오는 10월 1단계 준공을 앞두고 있는 전기강판 공장이다. 전기강판은 전기차 구동모터의 주소재다. 구동모터는 전기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전환해 전기차의 바퀴를 굴리는 핵심역할을 한다. 포스코는 전기차 시대에 전기강판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 지난해 1조원을 투자해 공장 착공에 돌입했다.
최근 완성차 업체가 전동화 전환에 고삐를 죄면서 포스코 광양제철소도 같이 바빠지고 있다. 자동차 강판 전문 제철소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전기차에 특화된 철강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광양제철소는 전기강판 외에도 자동차 외형 판넬 원료인 전기차 전용 강판, 배터리팩 등 전동화 관련 부품 개발에도 나서며 전동화 전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기차 다이어트 시킨다
세계 최대 규모 제철소인 광양제철소는 자동차 강판 생산에 특화된 제철소다. 지난해 이 곳에서 820만톤(t)의 자동차 강판을 생산, 국내·외 주요 완성차 업계에 공급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차 한대 생산을 위해선 평균 강판 1톤(t)이 필요하다"며 "전세계에서 연간 생산되는 차량이 8000만대인 점을 고려하면 10대 중 1대 꼴로 포스코 제품을 사용한 셈"이라고 말했다.
광양제철소의 최근 역점사업은 전기차용 강판 개발이다. 전기차 경량화 문제를 해결해야 할 완성차 업체들이 포스코에 '가볍고 튼튼한 강판'을 요구해서다. 배터리가 탑재되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25% 가량 무겁다. 업계에선 전기차 무게를 경량화하면 배터리 효율이 높아지고 주행거리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포스코는 독자 기술로 개발한 기가스틸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기가스틸은 1㎣당 100㎏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초고강도강이다. 차체용 알루미늄보다 3배 이상 강도가 높고 가격도 3.5배 저렴하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에 기가스틸 100만톤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김창묵 포스코 친환경차그룹장은 "전기차 경량화에 대한 고객사들의 니즈가 큰 상황"이라며 "포스코는 (기가스틸이 적용된) 전기차용 차체 PBC-EV를 개발했는데, 내연기관차 C세그먼트(준중형급) 대비 무게가 30%가량 가볍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배터리 무게를 경량화하기 위한 제품 개발도 진행 중이다. 배터리를 감싸고 있는 배터리팩 무게를 가볍게 해 전기차 무게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포스코는 전기차 멀티 매티리얼(Multi-Material) 배터리팩 컨셉 모델까지 개발한 상태다. 최근에는 상용화를 위해 완성차, 부품 업계 등과 공동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김 그룹장은 "배터리 용량을 유지하면서도 무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며 "포스코의 전기차 멀티 매티리얼 배터리팩은 기존 철강 배터리팩 대비 중량을 10% 가량 낮추고, 알루미늄 배터리팩 대비 제조단가를 20% 이상 낮춘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사업전망 '맑음'…1단계 준공전 증설 계획할 정도
포스코는 오는 10월 전기강판 공장 1단계 준공을 마치면, 곧바로 내년 10월 2단계 준공까지 확장해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1단계 준공을 마치지 못한 시점이지만 전기차 보급이 더욱 확대되면서 공급부족을 감안, 추가 투자를 계획한 것이다. 2단계까지 완료되면 포스코는 연산 40만톤(광양제철소 30만톤, 포항제철소 10만톤)의 전기강판 생산체제를 구축한다.
업계에 따르면 2025년께 전기강판 수요는 공급을 앞지르고, 2030년께 92만7000톤 정도의 전기강판 공급부족이 나타날 전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전기강판 수요 부족이 예상됨에 따라 증설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전기강판은 고부가가치 제품이어서 매력적인 제품"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완성차 업계와 부품업체의 설계 사양에 적합한 구동모터용 전기강판을 개발, 생산하고 있다. 기존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수주에 나선다는 게 이 회사의 주 전략이다.
김 그룹장은 "그동안 구축한 글로벌 완성차업체와의 관계를 활용, 구동모터용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수주에 나설 것"이라며 "특히 미래 모빌리티 수단으로 떠오르는 UAM 구동모터는 전기차와 차이가 있어 고출력에 적합한 소재를 찾아 고객사에 제안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