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극재 기업들이 올 2분기 기대 이하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부터 양극재의 핵심 원자재인 리튬 가격이 하락하면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향후 전망은 여전히 좋다. 계속되는 수주와 투자 확대를 통해 미래 성장성을 키우고 있어서다.
원자재값 하락에 주춤
2분기 실적을 가장 먼저 발표한 곳은 에코프로비엠이다. 지난 12일 에코프로비엠이 공개한 잠정 실적은 매출 1조9062억원, 영업이익은 1147억원이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60.6%, 영업이익은 11.5% 늘었지만 전 분기 대비로는 매출이 5.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6.9% 늘었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판가 하락, 전환 투자 등으로 인한 일시적 부진이라고 해석했다. 양극재 업체들은 원재료 가격과 제품 가격을 연동시켜 원가 상승·하락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한다. 원재료 가격이 떨어지면 제품 가격도 하락한다는 의미다. 양극재 핵심 원자재인 리튬 가격 하락이 에코프로비엠의 매출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이유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kg당 581.5위안(약 10만3000원)에 달했던 리튬 가격은 올 4월 152.5위안(약 2만7000원)까지 추락한 바 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액 부진의 이유는 연초 리튬 가격 하락 영향으로 2분기 판가가 전 분기 대비 5% 하락했다"며 "CAM5N 라인의 전환 투자에 따른 일시적 출하 부진, 예상보다 늦어지는 전동공구 수요 회복도 매출 부진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LG화학도 원자재 가격 하락 여파를 피하지 못했지만, 전통 사업인 석유화학사업이 양극재 사업 부진을 방어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의 올 2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는 매출 15조5796억원, 영업이익 8341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7.3% 증가, 영업이익은 5.1% 감소한 수치다. 다만 지난 1분기에 비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5%, 20.8% 증가한 수준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튬 등 메탈 가격이 작년 말부터 급격히 하락해 양극재 판가 역시 1분기 이후 하락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양극재 부문이 메탈 가격 하락에 따라 일시적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부분을 이번에는 화학에서 만회해 안정적인 현금창출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LG화학 석유화학부문은 화학업황 악화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적이 꺾였다.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4% 급감했고, 지난해 4분기부터는 적자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올 2분기부터는 흑자로 다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최 연구원은 "화학업황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공급 부담 탓에 회복세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지만 유가가 재차 빠지면서 최근 스프레드는 다시 반등했다"며 "LG화학은 고부가 제품으로 차별화돼 있는 만큼 2분기 흑자전환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퓨처엠도 기대치 이하 성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 관측이다.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포스코퓨처엠의 올 2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조2919억원, 영업이익 6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0.8%, 19.7%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한 ASP(평균판매가격) 하락 및 고객사 재고 소진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컨센서스 대비 하회할 것"이라며 "음극재도 여전히 가동률이 낮다"고 덧붙였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과 GM(제너럴모터스)의 합작사인 얼티엄셀즈에 양극재를 공급하기로 한 시점이 늦어진 점을 이유로 들었다.
전 연구원은 "광양 N86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6만톤 캐파(생산능력, CAPA)의 얼티엄셀즈향 본격 공급이 4월에서 5월로 지연되며 판매량이 하향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2023~2025년까지 총 13조7696억원 규모의 NCMA 양극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엘앤에프도 실적 컨센서스를 소폭 하회할 전망이다.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엘앤에프 2분기 실적 가이던스는 매출 1조5864억원, 영업이익 704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3.9%, 14.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7.1%에서 4.4% 감소한 수준이다.
이는 부정적 '래깅 효과' 탓이다. 래깅 효과는 원재료 도입 시점과 제조 이후 판매 시점 간 차이에서 발생하는 영향을 뜻한다. 즉 부정적 래깅 효과는 리튬 가격이 높을 때 리튬을 비싸게 구매했다가 비싸게 구매한 리튬으로 만든 제품을 싸게 판매해 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출하량이 기존 대비 소폭 하향 조정됐고, 수익성은 판가-원가 간 부정적 래깅 효과가 발생하며 평년(6~7%) 대비 다소 둔화한 4.1% 마진율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터리 성장세 타고 '쑥쑥' 큰다
다만 올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양극재 4사 분위기는 점차 좋아질 것이라는 게 증권가 중론이다. 에코프로는 국내 양극재 기업 중 가장 안정적인 수익성이 기대된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완공한 양극재 공장 CAM7의 라인 가동률이 상승하고 있고, 2분기 들어서는 다른 2개 라인의 양산도 시작했다"며 "삼성SDI의 GM(제너럴모터스) JV(합작법인) 등 주요 고객사들의 수주 계약이 지속되면서 에코프로비엠도 하반기 수주가 기대되며, 미국 내 수급이 여전히 타이트해 10년 이상의 장기 계약도 기대된다"고 관측했다.
LG화학은 기술력과 고객 기반, 투자 여력 등을 앞세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1일에는 자금 마련을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약 1.6%를 활용, 20억 달러(2조53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하겠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이중 전지재료 시설투자에는 오는 2024년까지 7318억원을 투자한다. 7318억원 중 일부는 청주와 구미 양극재 공장 라인 증설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연구원은 "LG화학의 양극재 사업은 국내 증설 효과가 가동률 상승으로 출하량이 50% 이상 증가하고, 내년 이후 구미공장 증설에 이어 미국 생산 본격화로 3년 안에 매출이 2배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퓨처엠은 최근 양극재 생산능력 목표를 100만톤으로 상향 조정하며 공격적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기존 계약을 포함해 양극재 수주 잔고가 약 106조원에 달한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포부다. 음극재 생산능력 역시 기존 32만톤에서 37만톤으로 올려잡았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가이던스 상향은 필요하고도 자신감 있는 발표였다"며 "공급 과잉을 우려할 수도 있으나 포스코퓨처엠은 안정적인 업스트림 확보를 통해 향후에도 안정적 수주를 확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테슬라를 고객사로 확보한 엘앤에프도 꾸준히 호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전 연구원은 "최근 고객사인 테슬라의 2분기 판매 대수 호조를 발표한 바 있어, 3분기 NCMA 양극재 구매 수요도 견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