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계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줄었다. 본업이 부진한데 신사업 추진으로 돈 들어갈 곳이 많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단행한 만큼 향후 신사업들이 주축 사업으로 성장, 수익성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동반부진 빠졌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석유화학 업체 4곳인 LG화학·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롯데케미칼의 2분기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LG화학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616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29.8% 줄어든 수준이다. 석유화학 사업만 떼어놓고 본다면 실적 부진은 더 심각하다. 이 기간 LG화학 석유화학 사업부문은 1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51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화솔루션도 석유화학 사업을 대신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태양광 사업이 부진하며 2분기 실적이 하락했다. 한화솔루션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7% 감소한 1941억원이다.
금호석유화학도 석유화학사업 부진 직격탄을 맞으며 지난해 2분기보다 69.5% 줄어든 107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2분기 영업손실 770억원을 거두며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예선 롯데케미칼이 2분기엔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느리면서 오히려 작년 2분기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석유화학 업계의 실적 둔화 배경엔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는 석유화학 수요 부진이 있다. 업계에선 올해 들어서면서 중국 리오프닝(경제 개방) 효과로 수요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예상보다 경기부양에 적극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서 중국 내수 경기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리오프닝 이후에도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석유화학 업체들의 공급 축소 노력에도 공급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라며 "업황 회복이 가속화되기 위해선 설비 폐쇄, 증설 취소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나타나거나 중국을 중심으로 가파른 수요 개선이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늘어나는 재무부담
본업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신사업 추진을 위해 자금을 계속 투입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에 차입금 등 재무부담이 늘고 있는 상태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작년 말보다 차입금이 모두 늘었다. 신사업 추진을 위한 투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해서다. 석유화학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의 경우만 비교적 차입금이 크게 늘지 않았다.
차입금이 늘면서 각 업체의 순차입금 비율도 늘었다. 순차입금이란 차입금에서 회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나머지를 의미하며, 순차입금 비율은 순차입금 대비 자본의 비율을 말한다. 순차입금비율은 보통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파악할 때 사용하며, 낮을수록 재무상태가 좋다는 것을 뜻한다.
LG화학은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공장 건설에 더해 양극재 생산 설비 증설 등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대량의 투자금이 필요한 상태다. 롯데케미칼 역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 미국 양극박 공장 건설 등 배터리 소재 사업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면서 차입금 비중이 커졌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태양광 사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 총 3조4000억원을 투자해 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생산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투자금을 내부 보유 현금과 외부 차입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 공제를 통해 조달하겠다는 방침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한화솔루션에 대해 "중단기적으로는 차입금이 증가하며 재무안정성이 다소 저하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투자 완료 이후 사업 기반 확대에 따른 경상적 수익창출력 강화에 따라 재무안정성 지표가 개선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업체들은 신사업 투자금 마련에 있어 영업활동에서 확보한 이익이나 보유 현금을 가장 우선 재원으로 사용한다"며 "내부 창출 자금이 부족하다면 외부 시장에서 조달하는데, 최근 업황이 좋지 못하다 보니 외부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미래 먹거리를 위한 전략적 투자인 만큼 충분히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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