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완성차 브랜드 지프의 이미지를 묻는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단연 '오프로드 감성'이다. 큰 휠과 우람한 차체 외모, 험난한 산악지형도 힘있게 달리는 모습이 지프에 대한 기자의 이미지였다. 지프 하면 랭글러 라는 고정관념이 깊게 자리 잡혔던 영향이다.
하지만 최근 지프 레니게이드를 시승하면서 이런 이미지는 선입견일 수 있겠다 싶었다. 레니게이드는 오히려 도심에 더욱 적합한 차량이었다. 작고 아담한 크기에도 힘 있게 치고 나가는 반전 매력을 갖췄다. 다만 투박한 실내는 아쉬움을 남겼다.
귀여운 외관 아쉬운 내관
레니게이드는 지프의 최초 소형 SUV로 이 브랜드의 막내로 통한다. 그간 지프의 다른 모델들이 거친 주행감을 느낄 수 있는 오프로드에서 강점을 보여왔다면 막내 레니게이드는 도심에 더 최적화된 모델로 평가받는다.
이 차의 외관을 보면 지프의 막내라는 호칭은 체급 때문은 아닐 듯 싶다. 박스카 형태의 각진 외모 덕에 단단함도 느껴졌고 둥근 헤드램프와 X자 형태의 후미등에서 나오는 귀여운 외모도 돋보였다. 외관만 봤을 때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은 선택을 받을 듯 싶었다.
차체 크기는 아담함에 가깝다. 전장, 전폭, 전고는 4255X1805X1700mm로 국내 인기 소형 SUV와 견줘도 큰 축에 속하지 않는다. 다만 다른 모델 대비 높은 지상고 덕분에 실내에서 확보되는 운전자의 시야감은 넉넉한 편이다. 뒷좌석의 경우 다소 비좁다고 평가한 이들도 많았지만 개인적으론 좁지 않았다.
실내는 다소 투박한 편이다. 누군가는 이를 지프 브랜드에서 나오는 터프한 이미지라고 평하지만 기자에게는 투박함으로 다가왔다. 최근 랭글러를 구매한 지인이 말한 "지프가 전체적으로 실내 질감이 투박한 데다 내비게이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면에서 아쉬움 점이 많다"는 말이 와닿는 순간이었다.
시승 기간 동안 지프의 자체 내비게이션에 적응이 안돼 애플카플레이를 통해 다른 내비게이션을 이용했다. 다만 애플 카플레이를 이용하기 위해선 정품 충전 USB를 이용해야만 한다. 정품이 아닐 경우, 주행 중 애플카플레이가 꺼지거나 끊기는 현상들이 발생한다.
불편한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이드미러가 큼지막해 좌우 시야감을 넓게 확보할 수 있었다. 트렁크 공간도 525ℓ로 넉넉한 데다 뒷좌석을 접으면 용량이 1440ℓ까지 늘어난다. 웬만한 준중형 SUV 이상의 트렁크 공간까지도 확보되는 셈이다.
와일드한 주행 능력
2022년형 레니게이드의 가장 큰 특징은 새롭게 적용된 파워트레인이다. 기존 2.4ℓ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은 1.3ℓ 터보로 변경됐다. 1ℓ 이상 배기량은 줄었지만 최고출력은 173마력으로 이전과 비슷하다. 최대토크는 27.6kg.m로 이전대비 4kg·m 이상 상승했다.
레니게이드는 시승 기간 동안 와일드한 주행감을 선보였다. 도심 지역에 적합하게 주행감을 맞췄다고 하지만 이 브랜드의 거친 주행 질감을 모두 지우지는 않은 듯 했다. 스티어링휠의 조향감도 부드럽기보다 다소 뻑뻑하고 투박한 느낌이 강했다.
작은 체급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도 기대 이상이었다. 액셀을 밟고 가속력을 확인할 때도 중심을 잘 잡아주며 차가 힘 있게 나갔다. 다만 액셀을 밟을 때 차체에서 발생하는 엔진 소음은 다소 크게 들렸다.
5일 동안 약 300여km를 주행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주행해본 결과 연비는 9.9km/ℓ 수준을 보였다. 이 차의 복합연비 (10.4km/ℓ) 보다 살짝 못 미치나 에어컨을 켜놓은 채 차박까지 한 점을 고려하면 매우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현재 국내에 출시되는 레니게이드 모델은 △론지튜드 1.3 FWD △리미티드 1.3 FWD △리미티드 1.3 AWD는 총 3가지 트림이다. 가격대는 4200만~4850만원 수준이다.
'차'를 전문가만큼은 잘 '알'지 '못'하는 자동차 담당 기자가 쓰는 용감하고 솔직하고 겸손한 시승기입니다. since 2018. [편집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