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올 3분기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꾸준히 적자폭을 줄이면서 흑자전환의 시기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2분기 적자 전환 이후 6개 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4조7653억원에 달한다. LG디스플레이가 반전을 꿈꾸는 것은 올 4분기다. 올해 운영 효율화를 지속하며 적자 규모를 꾸준히 줄여온 데다, 4분기는 연말 성수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적자 규모 축소중
LG디스플레이는 올 3분기 영업손실 6621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전 분기 대비 각각 972억원, 2194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3% 감소한 4조7853억원을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 측은 "사업구조 고도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원가 혁신 및 운영 효율화 활동을 지속 추진해 전 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손실 규모를 축소했고, 손익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는 증권사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를 하회하는 성적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업계는 3분기 LG디스플레이의 매출을 5조4178억원, 영업이익을 5703억원으로 추정했다.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애플에 납품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출하가 늦어지면서 실적 개선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15프로·프로맥스에 OLED 패널을 공급한다.
이날 진행된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김성현 LG디스플레이 CFO(최고재무책임자) 전무는 "시장에서 인식하는 것과 같이 생산 관련 일부 차질이 있던 것이 사실이나 현재는 잘 극복했다"며 "최근 생산능력을 증설했는데 4분기에는 이를 최대한 활용해 생산이 늦어졌던 부분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자금조달 안정성 유지중
적자 상태가 지속되며 재무 상태도 악화되고 있다. 3분기 LG디스플레이의 부채비율은 322%로 전 분기 대비 40%P(포인트)가량 높아졌다. 전년 동기(181%)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 크다. 차입금도 17조487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소폭 늘었고, 이에 따라 순차입금 비율도 143%에서 151%까지 올랐다. 유동성 강화 활동과 당기순손실 영향으로 주요 재무비율이 상승했다는 게 LG디스플레이 측 설명이다.
김 CFO는 "2년 동안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고 산업 특성상 투자는 많고 리턴이 적어 현재 재무적으로 많이 체력 고갈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여러 자금 조달 방식 중 아직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는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는 걸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시장에서는 신뢰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국책은행이나 주요 대형 시중은행을 포함한 모든 금융기관으로부터 장기물 조달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4분기 흑자전환 예상
이날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안에 적자 탈출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4분기에 접어들며 재고 조정이 완화되는 추세인 데다, 연말 성수기에 접어든 만큼 패널 출하가 증가해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김 CFO는 "올해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사업구조 고도화와 원가 혁신에 전사 역량을 집중하며 손익을 단계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며 "전방 산업의 패널 재고 조정이 완화되고, 연말 성수기 수요 대응을 위한 중대형 제품과 모바일 신제품 패널 출하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4분기에는 흑자 전환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올해 흑자전환이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에는 4분기에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예상됐으나 OLED TV와 IT 패널 수요 회복이 더뎌 영업적자 규모를 줄이는데 그칠 전망"이라며 "내년 태블릿용 OLED와 삼성 OLED TV향 패널 공급을 시작으로 OLED 적용 제품 수가 늘어나면서 흑자전환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4Q 희망 안고 달린다
LG디스플레이는 4분기 흑자전환 목표 달성을 위해 그간 지속해 온 사업구조 고도화와 원가 혁신에 전사 역량을 집중, 손익을 단계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이날 김 CFO는 "이번에는 유독 길고 힘든 것이 사실"이라면서 "어려운 시절이 지나고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그동안 해왔던 일들이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할 것이므로, 앞으로도 시장 구조와 사업 환경 변화에 맞춰 핵심 사업 강화하는 등 수익구조 개선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문별로 보면 대형 OLED 부문에서는 초대형 제품 중심의 고객 포트폴리오 강화와 핵심부품의 재료비 절감 등 원가 혁신을 지속한다. 올해 시장 성장이 제한적인 만큼, 내년 정상화 국면 진입 전까지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양새다.
이원재 LG디스플레이 대형 마케팅 담당은 "4분기 계절성 요인과 유통의 프로모션 활동 등으로 패널 출하는 3분기 대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나 매크로 영향으로 실제 판매는 통상 계절성 수요 대비 약하고, 하이엔드 시장의 수요 역성장 또한 지속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또 "내년에는 하이엔드 수요 역성장세 둔화와 재고 정상화가 예상돼 안정적 고객 기반과 대형 중심의 하이엔드 포지션 강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중소형 OLED 부문에서는 증설된 생산능력을 최대로 활용해 모바일 제품 출하를 본격 확대한다. 동시에 IT용 OLED 사업 확대를 위해 내년 1분기까지 투자를 지속, 양산·공급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이민형 LG디스플레이 중소형 전략 담당은 "자동차나 대형 올레드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을 적용해 저전력, 장수명의 강점이 있는 하이엔드 패널을 생산할 예정"이라며 "IT OLED는 중장기적으로 제품별 특성과 소비자 수용도에 따라 침투 속도가 각각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 보유한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현명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차량용(오토) 디스플레이 부문은 탠덤 OLED, 하이엔드 LCD(액정표시장치) 등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매출과 수주 잔고를 지속적으로 늘려가겠다는 목표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차량용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 매출을 전체 매출의 10%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향후 5년간 10% 중반 수준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손기환 오토 마케팅 상무는 "현재 수주 잔고는 20조원 초반이며 2025년까지 수주 잔고가 약 30% 성장할 것"이라며 "특히 고부가가치의 탠덤 OLED 패널 수주 잔고 비중은 올해 40% 초반에서 2025년 이후 5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수익 기여도도 점진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