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 3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 적자 규모는 약 10조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희망도 생겼다. D램 수익성이 2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이에 따라 영업손실 규모도 지속 감소하는 추세다.
적자 폭 줄였다…D램은 흑자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1조79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전 분기 영업손실 2조8821억원과 비교해 1조901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적자로 돌아선 이후 4개 분기 연속 적자 상태다. 4개 분기 누적 적자만 9조9748억원이다. 다만 올 1분기 3조40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바닥을 찍은 후 적자 규모는 점차 줄어드는 양상이다.
3분기 매출액은 9조662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17.5% 줄었지만, 전 분기 대비로는 24.1% 증가했다. D램과 낸드 모두 판매량이 늘어났고, D램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영업손실률도 전 분기 39.4%에서 19.8%로 낮아졌다.
매출은 증권사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를 웃돌았지만, 수익성 회복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업계는 3분기 SK하이닉스의 매출을 8조649억원, 영업손실을 1조6402억원으로 예상했다.
특히 올 3분기에는 지난 1분기부터 적자로 돌아섰던 D램이 흑자 전환하며 적자 폭 축소에 큰 힘을 실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집중하고 있는 고성능 모바일 D램 DDR(더블데이터레이트)5와 AI(인공지능)용 메모리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고성능 메모리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수요가 증가한 덕이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D램 3분기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약 20% 늘었다. ASP 또한 주요 제품 가격 상승과 고부가 제품 판매 비중 확대로 약 10% 상승했다.
이날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김우현 SK하이닉스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D램 사업은 업계 선두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을 빠르게 확대해 지난 2분기부터 ASP가 상승 전환했고 개선 폭도 시장 평균을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재고평가손실 환입 '한몫'
적자 축소에는 그동안 쌓였던 재고자산평가손실 충당금 환입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재고자산평가손실은 기업의 제품·원재료 등 재고자산의 취득원가가 현재 시가보다 높을 때 예상되는 손실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약 1조원, 2분기 약 5000억원의 재고자산평가손실을 인식한 바 있다. 하지만 3분기는 D램 가격 상승과 함께 낸드 가격 하락세가 둔화되며 일부 제품에서 환입이 발생했다.
김 부사장은 "낸드 중심의 일부 제품의 평가손실 인식으로 전체적으로 약 600억원 수준의 재고자산평가손실 환입이 있었다"며 "3분기에 이어 4분기도 추가 재고 감소와 가격 안정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환입 규모가 늘어 실적 개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SK하이닉스는 일본 키오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합병에 대해 "키옥시아에 투자한 투자자산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당 건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김 부사장은 "구체적인 사유와 합병 진행 과정 내용은 비밀유지 계약으로 인해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주주는 물론이고 투자 자산인 키옥시아를 포함해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국 공장 운영에 대해서는 "(미국 상무부의) VEU(검증된 최종 사용자)로 선정돼 중국 장비 수출 규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향후 활용 가능한 테크(공정)와 대응 가능한 제품 믹스, 고객 수요 등을 감안해 중국 팹의 활용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