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SK하이닉스가 개발한 세계 최고속 모바일용 D램이 연내 상용화될 것으로 전해져 이목이 집중됩니다. 이른바 ‘LPDDR5T(Low Power Double Data Rate 5 Turbo)’로 불리는 고성능 D램인데요.
SK하이닉스는 올해 1월 FHD(Full-HD)급 영화 15편을 1초에 처리하는 속도의 LPDDR5T를 통해 모바일용 D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죠.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용 제품에 들어가는 D램 규격으로, 전력 소모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전압 동작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비보(Vivo)가 오는 13일 출시할 스마트폰 ‘X100’ 시리즈에 LPDDR5T가 최초 탑재될 예정입니다.
앞서 글로벌 통신칩 기업인 퀄컴을 비롯 주요 모바일 기업들로부터 성능 검증을 마친 바 있어 LPDDR5T의 적용 범위는 급속히 넓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HKMG 적용해 2개월만 신제품
모바일용 D램은 크기가 작아야 하고 소비전력이 낮아야 합니다. 다양한 기능 수행을 위해 속도는 더욱 빨라져야 하죠. ‘반도체 미세화의 한계’라는 말도 나오는 상황 속 기술 난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LPDDR5T를 개발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불과 ‘두 달’입니다. 앞서 지난해 11월 SK하이닉스는 8.5Gbps(초당 8.5기가비트) 동작 속도에 세계 최저 구동 전력인 1.01~1.12볼트를 구현한 모바일용 D램 LPDDR5X(Low Power Double Data Rate 5X)를 출시했는데요.
연이어 올해 1월 선보인 LPDDR5T의 동작 속도는 9.6Gbps, LPDDR5X와 동일한 초저전압 범위에서 작동하면서 동작 속도는 13% 향상됐습니다. 현존하는 모바일용 D램 중 최고속 제품이기도 합니다.
LPDDR5 시리즈의 성공에는 ‘HKMG(High-K Metal Gate)’ 공정 도입이 주효했습니다. HKMG란 유전율(K)이 높은 물질을 D램 트랜지스터 내부 절연막에 사용해 누설 전류를 막고, 정전용량을 개선한 차세대 공정입니다. 속도를 빠르게 하면서도 소모 전력을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입니다.
사실 HKMG는 10여년 전부터 상용화된 기술이지만 모바일용 D램에 적용된 적은 없었습니다.기술 자체 난이도가 워낙 높았고 기존 소재 대비 공정 비용 증가하는데다 전자 누출을 제어하기 위한 기술 개발의 어려움 등 다양한 난제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전율 높은 물질’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그 레시피 연구가 관건이기도 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혁신을 위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연구 끝에 SK하이닉스는 절연막에 기존 대비 5배가량 유전율이 높은 물질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셀이 미세화 됨에 따라 주변 회로의 면적도 줄어들게 되는데, 특히 게이트 절연막 두께가 감소함으로써 누설 전류량이 증가, 효율성이 떨어졌기 때문이죠.
HKMG 공정 적용 결과, 똑같은 전압을 가하더라도 High-K 물질을 적용한 절연막이 기존 절연막 대비 5배 많은 전하를 모을 수 있게 됐습니다. 아울러 이는 결국 세계 최고속 모바일용 D램 개발로 이어졌습니다.
한파 끝 보인다…고성능 D램 수요·가격 상승세
SK하이닉스는 고성능 모바일 D램을 중심으로 이번 3분기 적자폭을 크게 줄이기도 했죠. 이 기간 D램 부문에서는 흑자전환으로 돌아섰고요.
길고 긴 한파를 견뎌온 반도체 업계가 드디어 봄을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한 달새 D램 가격이 15%가량 급등하며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본격 회복하는 모양새입니다.
스마트폰용 모바일 D램의 가격 상승 분위기도 뚜렷합니다. 시장분석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모바일 D램 고정거래가격 상승률을 13~18%로 예상합니다. LPDDR5X 16GB 등 최고급 제품 가격은 19.5% 급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업계 내에선 반등세의 시점이 내년이 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합니다. 반도체 컨설팅 회사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스트래티지스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엔 11% 이상 반등해 5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내년 반도체 업황이 개선된다면, 그간 지속된 부진 속 흔들림 없는 기술투자를 이어온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수혜도 클 것으로 보이는데요. AI 열풍에 힘입어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더욱 뚜렷한 실적 개선세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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