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전문 업체 DB하이텍이 3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반도체 수요 부진이 지속된 탓이다. DB하이텍은 최근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BCD(Bipolar CMOS DMOS) 공정 제품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회복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차세대 전력반도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늘려갈 계획이다.
피하지 못한 반도체 불황
DB하이텍이 올 3분기 매출 2678억원, 영업이익 503억원을 거뒀다.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0.1%, 77.2% 급감했다. 이 기간 당기순이익도 5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3% 줄었다. 작년 3분기 49%였던 영업이익률도 30% 하락한 18%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실적이 악화했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13.3%, 영업이익은 44.1% 감소했다.
DB하이텍은 반도체 업황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실적악화의 원인으로 꼽았다. 반도체 수요 부진은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 상황과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계속되고 있다. 수요가 줄면서 반도체 평균판매단가(ASP) 역시 지속 하락세다.
파운드리 가동률 역시 올해 70%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DB하이텍은 반도체 불황 지속으로 내년 3분기부터 파운드리 가동률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DB하이텍은 내년 3분기 70~80% 수준까지 파운드리 가동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DB하이텍은 4분기엔 주력 사업인 BCD 공정 제품을 중심으로 수익성 회복에 나설 계획이다. BCD는 최근 수요가 급증한 차량용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 다양한 판도체 제조에 활용된다. DB하이텍에 따르면 3분기부터 BCD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반도체 사업 투자 확대
DB하이텍은 최근 수요가 급증한 차세대 전력반도체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특히 초고전압(UHV) 반도체에 활용되는 갈륨나이트라이드(GaN), 실리콘카바이드(SiC)를 중심으로 신규 파운드리 장비를 도입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초고전압 전력반도체란 1200V(볼트) 이상의 강한 전압을 견딜 수 있는 반도체로, 주로 '게이트 드라이버 IC' 칩에 탑재된다. 게이트 드라이버 IC는 전압을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주로 가전, 자동차, 통신 등의 분야에서 모터를 구동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초고전압 전력반도체는 기존 실리콘(Si) 소재로는 만들 수 없다. 실리콘은 고온과 고전압에 약한 데다 크기가 커서 발열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GaN·SiC 소재 반도체는 실리콘에 비해 고전압, 고주파, 고온에 강하며 전력 효율이 높다. 이런 장점 덕분에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고속충전, 5G 등 최근 여러 시장에서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재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욜디벨롭먼트는 GaN 시장이 2022년 1억8500만달러(약 2511억)에서 2028년 20억3500만달러(약 2조7629억원)까지 연평균 약 49%씩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또 SiC 시장은 2022년 17억9400만달러(약 2조4357억원)에서 2028년 89억600만달러(약 12조934억원)까지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DB하이텍은 최근 게이트 드라이버 IC 칩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공정 기술과 칩 내장 기술을 개발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8월엔 월 15만1000장 규모의 장비 증설을 마쳤으며, GaN과 SiC 제조에 필요한 핵심 장비를 도입하기 위한 초기 투자도 단행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둔화 및 지정학적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반도체 시장 회복이 지연되면서 당사 매출과 영업이익도 영향을 받았다"며 "경쟁력을 인정받는 기존 전력반도체 사업의 기술 격차를 높여 나가는 한편, 고부가·고성장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며 미래 준비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