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이 기관 투자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환원 확대에 나선다. 2030년까지 4조7000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도 내놨다. DB하이텍은 지난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사회 운영 개선, 내부통제 강화, 주주환원 정책 등이 포함된 경영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DB하이텍은 국민연금을 비롯해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KCGI) 등 주요 기관투자자, 글로벌 의결권자문사의 권고사항을 적극 반영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르는 동시에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경영진 의지의 반영이라는 설명이다.
먼저 대표이사-이사회 의장의 분리와 내부거래위원회·보상위원회 설치, 감사 기능 강화 등을 제시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함으로써 이사회 독립성을 높이고, 내부거래위원회와 보상위원회를 설치, 사외이사를 각 위원회의 의장으로 선임해 내부통제를 강화한다. 해당 사안들은 KCGI의 주주서한에 포함됐던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특히, 감사 기능 강화를 위한 감사위원회 개최 횟수 증대, 감사위원장-외부감사인의 독립적 회의 개최 등은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자와 ISS, Glass Lewis 같은 의결권자문사에서 권고한 내용이다.
또한 DB하이텍은 주주친화정책 강화의 일환으로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등 주주환원율을 30%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배당 성향을 종전 10%에서 최대 20%까지 확대하고 현재 6%대인 자사주 비중을 15%까지 확대해 순이익의 30% 이상을 주주들에게 환원한다.
이는 대규모 투자재원을 축적해야 하는 파운드리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상당히 전향적인 결단이다. 이에 더해 배당 절차도 개선해 주주총회를 통해 배당금 규모를 먼저 결정하고 이후 배당 권리 기준일을 확정할 계획이다.
DB하이텍은 과감한 투자로 성장과 이익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포부도 담았다. 최근 2년간 생산능력 증대를 위해 약 60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2030년까지 GaN·SiC 등 차세대 전력반도체, 12인치, 신수종 사업 등에 4조7000억원을 투자해 현재 매출 1조원에서 매출 4조원, 영업이익 1조원(영업이익률 25%), 시가총액 6조원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같은 날 DB그룹은 DB하이텍의 2대 주주인 KCGI 소유 지분 5.63%(250만주 )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매입했다. 1650억원 규모로 DB그룹의 DB하이텍 지분율(보통주 기준)은 12.42%에서 18.5%로 상승했다.
앞서 KCGI는 지난 3월 DB하이텍 지분 7.05%를 사들이고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DB그룹은 "안정적 경영권 확보 및 중장기적 투자 수익 확보"를 매입 목적으로 제시했다.
DB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전환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행법상 자산규모 5000억원 이상인 기업은 자회사 주식가액 비중이 총 자산의 절반을 넘기면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한다. DB그룹의 지난 3분기 현재 자산 규모는 5134억원으로 지주사 전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2년 안에 자회사 보유 지분을 30%로 늘려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