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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업체들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총집결한 까닭

  • 2024.02.09(금) 15:00

WDS, 리야드서 4~8일 개최…국내 기업 줄줄이 참가
지정학 위기로 수요 증가…올해 K-방산 급성장 기대

한국의 대표 방위산업 기업들이 지난 4~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집결했다. 중동 지역 주요 방산 전시회로 꼽히는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WDS·World Defense Show) 2024'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최근 중동 분쟁 확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방산 기업들도 발걸음이 분주해지는 모습이다.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전시회가 열린 첫날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참석하며 사우디 국방장관 등과 회담을 열어 주목받았다. 양국의 국방·방산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관련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전 세계 곳곳에서 커지고 있는 만큼 K-방산 기업들은 우수한 무기 체계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올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나타낼 거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한화·LIG넥스원·현대로템·기아 등 집결

국내 기업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4~8일 닷새 동안 열린 WSD에 앞다퉈 참가했다. 한화 그룹의 방위산업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한화오션을 비롯해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주요 방산업체가 최첨단 제품을 선보였다. 완성차 기업인 기아도 행사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WDS는 사우디 방위산업청이 주관하는 행사로 지난 2022년 처음 열린 뒤 올해 2회째를 맞았다. 올해는 총 45개국 900여 개 업체가 참여했다. 중동 최대 국제무기박람회인 아랍에미리트(UAE) 국제방산전시회(IDEX)의 경우 지난해 총 65개국 1350개 사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바 있다. WDS는 개최 2회 만에 규모 면에서 IDEX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관련 기사: K-방산, 중동시장 노크하는 이유

이번 전시회에서 한화 그룹의 방산 3사는 전투기 엔진 등 최첨단의 항공 분야 기술 등 육·해·공 전략 무기를 망라해 전시했다.

우선 전시회 중앙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생산하는 대한민국 최초 전투기(KF21)의 '심장'인 F414엔진 등 전투기 핵심 부품 역량을 선보였다. 또 한화오션의 3600t급 잠수함인 장보고-III, 무인잠수정Ÿ수상정 등 해양 유∙무인체계 솔루션을 제시했다. 아울러 폴란드와 호주 수출에 성공한 지상 장비도 전시했다. 특히 국산 엔진을 최초로 장착한 K9 자주포를 중동에 첫 공개해 주목받았다.

한화가 지난 4~ 8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WDS 2024에서 K9 자주포, 레드백 장갑차, 타이곤 등 주요 지상 방산 무기체계를 전시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LIG넥스원의 경우 대표 제품인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요격 체계 '천궁 Ⅱ'와 휴대용 지대공 유도 무기 '신궁', 보병용 중거리 유도무기 '현궁' 등을 WDS에 총출동시켰다. 현대로템의 경우 다목적 무인 차량과 '디펜스 드론' 등 주요 제품 라인업을 선보였다. 수출형 K2 전차, 30t급 차륜형 장갑차도 함께 공개했다.

특히 LIG넥스원과 현대로템은 이번 행사에서 무인지상차량(UGV) 플랫폼에 임무 유형별 유도무기 및 안티 드론 체계 등을 결합한 유무인복합 솔루션을 함께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양사는 전략적 협력을 통해 빠르게 확장하는 미래전 시장을 주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완성차 업체인 기아가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기아는 중형표준차량을 해외 시장에서 최초로 공개했다. 이 제품은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개발될 수 있어 고객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아울러 소형전술 차량인 기갑수색차와 수소 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하는 수소 ATV도 선보였다.

정부도 지원 사격…올해 방위산업 성장 기대

국내 기업들이 이번 무기 전시회에 공을 들인 이유는 중동 지역이 최근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안보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체들은 이번 행사에서 최첨단 제품을 선보여 중동 국가들과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내놓기도 했다.

앞서 LIG넥스원의 경우 지난 2022년 UAE와 4조원 규모의 천공 II 지대공 미사일 수출 계약을 맺는 쾌거를 올린 바 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산 무기들이 중동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런 흐름에 맞춰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현지시각으로 4일 WDS 행사장에서 빈살만 알 사우드 국방장관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두 장관은 한국 방위사업청과 사우디 국방부 간 '중장기적인 방위산업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참관했다.

이어 신 장관은 WDS 한국관을 방문해 방산 수출 활성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업계 관계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신 장관은 이에 앞서 1~3일에는 UAE를, 5~6일에는 카타르를 각각 방문해 각국과의 국방 교류와 방위산업 협력 등을 논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3일 칼리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국방장관과 압둘라 빈 반다르 알 사우드 국가방위부 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우리나라 방위 산업은 올해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동 등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우수한 무기 제조 역량이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방산 기업들의 해외 수주 잔고는 2022년을 기점으로 크게 증가했다"며 "이러한 해외 수출 증가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수출 성장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국내 기업들은 우수한 무기체계 제조 역량을 보유했고, 우리나라가 다양한 국가와 우호적인 외교 관계를 형성했다는 점, 그리고 해외 시장에서 활발하게 수출 레퍼런스와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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