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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총수리스크' 지배구조 셈법 복잡해진 SK

  • 2024.06.06(목) 15:00

최태원-노소영 '세기의 이혼' 판결…1.4조 현금 마련에 골몰
지분 조정·주식담보대출 불가피…사업 재편 속도조절 가능성

최태원 SK그룹 회장./그래픽=비즈워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이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4조원대를 넘는 총 분할 대상 금액이 눈길을 끈다. 이에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할 액수는 약 1조4000억원이다.

해당 지급액은 1심 대비 20배 이상 늘어난 수치이자 역대 재산분할 가운데 최대 규모다. 재판부가 노 관장의 경영 기여를 인정하며 최 회장의 ㈜SK 주식도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 분할 대상으로 지목한 데 따른 결과다.

만일 상고심에서 해당 판결이 확정되면 천문학적 금액 마련을 위한 셈법도 복잡해진다. 일각선 재계 서열 2위인 SK그룹에 위기가 닥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역대 최고 재산분할…1심比 20배 뛰었다

최태원 노소영 재산분할 어떻게 변했나./그래픽=비즈워치

6일 법조계 및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1조3808억원 및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산분할 뿐 아니라 위자료도 역대 최대 규모에 달했다. 통상 이혼소송 과정에서 위자료는 3000만원이 상한선으로 알려진다. 부정행위 등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을 경우 5000만원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으나, 20억원이 판결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위자료 산정 기준으로 최 회장의 경제 수준·지출 성향·부부 공동재산의 유출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재판부는 SK그룹 기업가치 증가에 노 관장의 기여분이 크다고 판시했다. 특히 노 관장 부친인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에 유입된 것을 비롯, 노 전 대통령 도움으로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의 성장이 가능했다고 봤다.

재산분할 중 공동재산 범위./그래픽=비즈워치

이에 최 회장이 보유 중인 주식, 최 회장이 모친에게 받은 미술품, 최 회장이 동거인에게 지출한 금액 등이 부부 공동재산 범위에 포함됐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주식이었다. 특히 최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SK 지분 17.7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해당 지분 가치만 2조3000억원에 달한다. 

총 4조115억원 가운데 노 관장 기여분으로는 35%가 인정됐다. 아직 대법원 확정판결이 남았으나, 대법원에서도 해당 판결이 인용되면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현금 1조3808억원을 재산분할 명목으로 지급해야 한다. 

SK실트론 매각에 무게…주식담보대출로 차액 마련

현재 최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2000억~3000억 수준이다. 때문에 2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지분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그룹 지배구조를 고려했을 때 ㈜SK 지분 매각은 고려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최 회장이 계열사 지분 매각 및 주식 담보 대출 등을 통해 현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 및 지분가치./그래픽=비즈워치

우선 비상장사 SK실트론의 지분을 청산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최 회장이 보유 중인 SK실트론 지분은 29.40%로 7500억원 가량인데, 매각 과정서 세금을 내게 되면 6000억원을 쥘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주식 담보 대출을 통해 모자라는 금액을 채울 것이란 관측이다. 통상 국내 주식 담보유지비율은 140%로 이는 곧 140만원이 있으면 100만원을 빌려주는 구조다. 대출일 전날 종가의 40~70% 수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 이미 최 회장은 ㈜SK 주식 749만9030주(10.24%)를 담보로 4400억원을 대출받은 상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비상장사 주식의 경우 매도를 하기 위해선 양도소득세 25% 이상을 내야 한다"며 "SK실트론을 처분한 후 부족한 금액은 주식 담보 대출을 통해 현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비상장사 주식을 제값에 팔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지주사 주가가 하락하는 등 변동이 생기면 SK 경영에 대한 적대적 M&A 및 과거 '소버린 사태' 등 분쟁이 있을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속도 붙던 사업재편, '숨 고르기' 들어가나

한편 주요 계열사 실적 부진으로 그룹 차원의 사업재편을 구상하던 경영진은 때아닌 총수 리스크까지 맞게 됐다. 

이에 SK는 최 회장의 이혼 항소심 결과에 따른 방안을 논의하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지난 3일 최 회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 긴급회의를 소집,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최창원 의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최 회장은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없지만 SK가 성장해온 역사를 부정한 것"이라며 "SK와 구성원 모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판결 이후 최 회장의 대외 활동이 위축되면서 연구개발이나 시설 투자 등이 적기에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속도가 붙던 SK그룹 리밸런싱 작업도 당분간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SK는 이달 말 예정된 확대경영회의에서 현재 진행 중인 사업재편 작업을 점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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