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인디아 드림]②절묘한 '타이밍'에 더 빛났다

  • 2025.03.04(화) 06:50

세계 IPO 자금조달 규모 3위 인도…당연한 인도행 '러브콜'
인도 발판 삼아 국내도 방긋…실적에 즉각적인 자금조달도
미중 패권다툼 속 '묘수'로 부상…트럼프 리스크 상쇄 기대

한국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 관심을 갖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이미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이 일찌감치 현지 법인을 설립해 인도에 진출한 상황이죠. 인도 시장의 성장성이 지속적으로 주목받아온 만큼, 인도 증시에 상장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국내 기업들의 '인도 공들이기'가 주목받는 것은 최근 복잡한 국제 정세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옵나다. 미중 패권 다툼이라는 복잡한 흐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묘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실제 이를 직접적으로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시기상으로 맞아떨어지면서 매우 절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인도행

주식시장 상장이 기업에게 유리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시장으로부터 자금을 수월하게 조달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게 되는 대신 다양한 규제의 대상이 되고 관리·감독 역시 더욱 촘촘해 지거든요. 게다가 이러한 규제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기업 차원에서 들어가는 비용도 늘어나게 됩니다. '돈'을 모으기 위해 '돈'을 써야 하는 구조인겁니다. 

가장 대표적인게 공시의무죠. 기업의 현황을 시장에 매우 상세하게 일정 주기마다 공개해야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통상적으로는 매 분기 마다 정보 노출의 위험성 감수하고 정보를 공유해야 하죠. 이를 공개하는 과정 자체에도 외부로부터의 감사를 받거나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을 추가로 채용해야 하는 등 비용도 늘어나거든요. 

이 때문에 자금의 원활한 흐름이 증명되지 않은 국가에 상장하는 것은 다시 말해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금조달이 제대로 않으면서 관련 비용만 추가로 나가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것이죠. 실제로 그간 우리나라 기업들이 주로 상장했던 해외 국가가 미국, 영국, 독일,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으로 제한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 기업들이 인도 증시를 적극적으로 노크하는 것은 인도라는 시장이 어느새 새로운 금융 허브로 자리잡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자금 조달이라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안성맞춤인 시장이 됐으니 이를 마다할 필요가 없는겁니다. 실제로 지난 2023년 기준 인도 시장에서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규모는 66억달러 규모였습니다. 전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수준이죠. 

'인도' 상장의 긍정적인 나비효과

인도에서 상장한다면 인도 내 사업을 확장시키기에는 매우 유리할겁니다. 인도 내에서 자금을 모아 현지에 다시 투자해 시장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죠. 

실제 이미 인도 시장에 상장한 현대자동차는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인도 현지 내 생산량 확충 등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인도 내 부동의 1위인 마루티스즈키의 아성을 무너뜨린다는 계획입니다. 

곧 상장을 준비하는 LG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LG전자는 이미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 부문에서 인도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확보했죠. 상장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해 가전 1위 타이틀을 수성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인도에서의 실적이 '인도'에서 끝이 나는것도 아닙니다. 인도법인이 낸 실적은 모기업에게 종속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기업의 실적 상승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하나 더 만들 수 있는 겁니다. 

단기적으로도 매우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옵니다. '즉각적인 자금조달'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죠. 상장에 나서는 현지법인 지분을 상장이라는 절차를 통해 시장에 매각하게 되고 이를 통해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게 되거든요. 

실제로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을 상장하면서 현대자동차는 보유하고 있던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의 지분 약 17.5%를 매각했죠. 이를 통해 약 4조5000억원을 조달했습니다.

LG전자 역시 인도법인을 상장하면서 LG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인도법인의 지분 15%를 매각할 예정입니다. 시장에서는 LG전자가 이번 상장을 통해 2조6000억원이라는 거금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복잡한 국제 정세가 만든 '묘수'

뿐만 아니라 최근 세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관세 인상 등 강력한 정책을 펼치면서 세계 경제가 다같이 침체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요. 실제 IMF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을 0.8%나 깎아먹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죠. 

우리나라 기업들이 우려하는 점은 미국에 수출 시 추가로 부과해야 하는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도 있지만, 중국과의 관계도 골치가 아픈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방국들과 함께 세계 무역시장에서 중국의 고립을 꾀하고 있는데, 그간 우리나라 기업들은 중국에 생산시설을 구축해 두는 등 적지 않은 투자를 단행해 왔으니까요. 생산기반 시설을 분산해야 하는 시기가 온 거죠.

이같은 상황에서 저렴한 인건비에 생산 인프라도 갖춘데다가 미국과 사이도 좋은 인도 시장에 상장해 전진기지로 만들 경우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서 한 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를 직접적으로 겨냥해 인도에 공을 들이는 것은 아니지만, 시기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트럼프 리스크'를 줄이는 묘수로서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도 내에서 생산시설을 충분히 확보하면 인도 내수 시장 뿐만 아니라 인도를 해외 수출의 거점으로도 삼을 수 있다고 본다"라며 "이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서 생존하는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습니다. 

올 봄 LG전자는 인도 주식시장에 상장할 예정인데요. 현대자동차에 이어 LG전자 역시 성공적으로 상장절차를 마무리 한다면, 국내 기업들의 인도 시장 공략 속도가 더욱 가속화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인도가 우리나라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를 계속 가져다 줄지 지켜보시죠.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