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주중 본격화하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진용을 가다듬는다. 최근 복잡한 국내외 정세에 더해 어려워지는 경영환경 등을 감안해 주력사업의 '전문가'들을 속속 모셔오는 모습이다.
아울러 일부 회사들의 경우 금융전문가들을 확대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경기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자산의 효율적인 운용이 경영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며 관련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을 깔기로 풀이된다.

이젠 '집중' 할 때
삼성전자는 오는 1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에 소폭 변화를 준다. 임기가 만료된 김준성, 허은녕, 유명희 사외이사는 재선임하고 이혁재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또 사내이사로는 노태문 사장을 연임 시키고 전영현 부회장과 송재혁 사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추천한다.
재계에서 바라보는 삼성전자 주주총회의 핵심은 이사회 내 반도체 전문가 비중을 끌어올리는 점이다. 전영현 부회장, 송재혁 사장은 삼성 그룹 내 대표적인 반도체 전문가이며, 이혁재 서울대 교수 역시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반도체 석학으로 분류된다.
이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핵심 사업 영역인 반도체 분야에서 부진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SK하이닉스에게 영업이익을 추월당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최고결정기구인 이사회에 반도체 전문가들을 포진시켜 관련 사업에 보다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호황'을 누릴 것으로 관측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군 전문가를 이사회에 합류시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보병37사단장, 군수참모부장, 군수사령관 등을 역임한 이정근 군수산업연합회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미국, 유럽 등 서방국가들이 국방력 강화에 나서는 가운데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차원에서 군 전문가 영입에 나선 셈이다.
이 외에도 롯데케미칼은 조혜성 전 LG화학 기술연구원 분석센터장 등을 사외이사로 추천하며 장기 불황을 경쟁력 강화로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돈' 잘 굴려야…'금융전문가' 모셔라
올해 재계의 정기주주총회에서는 금융전문가들을 사외이사에 합류시키려는 움직임도 강화하고 있다. 효율적인 자산 운용으로 위기 대응을 위한 '방파제'를 더 높게 쌓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자산 '리밸런싱'에 나서고 있는 SK그룹의 계열사들이 대표적이다. SK가스는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사장을, SK오션플랜트는 문석록 글로벌자산운용 고문을, SK케미칼은 박태진 전 JP모건 한국 회장 겸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지난해 대대적인 자산 리밸런싱에 나섰고 성과도 나는 상황"이라며 "계열사들 역시 탄탄한 재무건전성을 뒷받침 하기 위해 금융 전문가들을 이사회에 합류시켜 효율적인 자산 운용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SK 외에 다른 그룹들도 내년부터 금융전문가들을 사외이사로 활발히 선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며 그룹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효율적인 자산운용을 위해 금융업이나 자본시장에서 전문성을 키운 인사들을 이사회에 합류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관계자는 "SK그룹을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전직 금융인들이 재계의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는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올해 전 상장사 전반에서 부쩍 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내놓은 상장회사 사외이사 분석자료에 따르면 올해 교체되는 상장사의 사외이사 125명 중 11명이 금융투자 혹은 자본시장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