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 진단은 끝났습니다. 이제 치료를 시작합니다."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이 17일 'KGM 포워드(FORWARD)' 행사에서 이같이 밝히며 경영 회복 이후 본격적인 미래 성장 전략을 가동한다고 선언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전동화 기술 고도화와 수출 드라이브 강화, 브랜드 경험 중심 내수 전략 등 'HEV·수출·고객'을 키워드로 한 3방향 승부수가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하이브리드로 전동화 첫 장 연다
곽재선 회장은 KGM의 과거를 병을 앓던 환자에 비유하며 "완벽한 진단을 마쳤으니 이제 치료를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도 훌륭한 의사처럼 병의 근원을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에 나서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 고객, 이해관계자 세 축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KGM이 이날 공개한 하이브리드 전략의 핵심은 '충전하지 않는 전기차' 개념이다. 전기차와 유사한 구동 경험을 유지하면서 충전 인프라 부족·화재 리스크 등 전기차의 단점은 줄인 방식이다.

권용일 기술연구소장은 "KGM 하이브리드는 전기차의 장점은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충전의 불편함과 화재에 대한 불안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됐다"며 "단순히 배터리 용량을 키우는 것만으로도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나 주행거리연장전기차(EREV)로 전환이 가능하고 엔진으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모터로 구동하는 듀얼테크 구조를 기반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용 듀얼 모터 기반 e-DHT(efficiency-Dual motor Hybrid Transmission)는 국내 하이브리드 시스템 가운데 처음으로 P1-P3 구동 방식을 적용한 구조다. 전체 주행 시간의 94%가 전기모터 기반 주행으로 구성되고 고속 구간에선 엔진이 토크를 보완하는 방식이다. 1.83kWh 배터리와 열효율 43%의 전용 엔진을 조합해 도심 연비 기준 15.8km/ℓ 수준의 효율을 구현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기술은 올해 하반기 출시되는 액티언 하이브리드에 적용된다. 기존 가솔린 액티언의 부진을 만회하고자 내놓는 이 모델은 정숙성과 응답성을 앞세워 도심형 하이브리드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시장을 겨냥한다.
기본 사양을 갖춘 단일 트림으로 출시되며 실구매가는 3700만원대다. 박경준 국내사업본부장은 이를 두고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유지에 맞춰 사전계약 고객 대상 금융·컨시어지 프로그램을 별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은 직판, 중동은 거점…'93개국 수출망' 구축
KGM은 올해부터 수출을 사업 전략의 중심에 뒀다. 연간 판매 목표는 전년 대비 16% 늘어난 12만7000대이며 매출 5조원, 영업이익 1729억원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로, 2022년(60%) 대비 10%포인트 늘어난다. 3년 만에 내수·수출 비중이 역전되는 구조다.

유럽 전략 차종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다. KGM은 올해 독일에 현지 판매 법인을 설립하고 유럽 직판 체계 구축에 나섰다. 지난 5월에는 이탈리아에서 액티언 하이브리드를 공식 론칭하며 해당 모델로 연간 50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뿐 아니라 튀르키예·이스라엘·이집트 등 핵심 거점도 집중 육성하며 중동 확장을 위해 오는 8월 두바이에 사무소를 연다.
신시장 개척도 공격적이다. 중남미(에콰도르·아르헨티나 등), 아시아(필리핀·대만·미얀마), 아프리카(리비아·모로코·시리아) 등에서 수출국을 기존 78개국에서 93개국으로 늘릴 계획이다.
KD사업도 병행된다. 인도네시아 핀다드와는 국민차·전기버스 공급을 위한 HOA를 체결했으며 알제리·페루·베트남 등과는 DKD·CKD 형태로 완성차 조립 사업을 진행 중이다.
'체험+구독' 두 축…브랜드 접점 넓힌다

내수 전략은 유통 채널 혁신과 고객 경험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핵심은 오프라인 체험 공간 'KGM 익스피리언스 센터' 확장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 문을 연 강남·일산에 이어 연내로 부산·광주 등 3곳이 추가되며 2027년까지 10개 거점으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이 공간은 단순한 전시장이나 시승장이 아니라 브랜드 체험·전문 상담·O2O 연계 등 접점 통합 플랫폼으로 기능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모빌리티 구독 서비스 'KGM 모빌링(MOBILING)'도 본격화된다. 의무 기간을 최소화한 하이브리드 차량 중심 모델로 출발하며 보험·정비·세금까지 포함한 가격으로 제공된다. 향후에는 픽업트럭, 아웃도어 전용 구독 모델 등으로도 확장된다.
한편 KGM은 토레스 HEV, 무쏘EV, 액티언 HEV 등을 중심으로 기술 고도화와 브랜드 리포지셔닝을 병행하며 '합리적인 가격에 실용적인 차를 제공하는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명확히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