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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 분쟁에 '전전긍긍' 기업들…정유·석화 유독 초조한 이유

  • 2025.06.18(수) 17:34

美, 이스라엘-이란 분쟁 개입 시사…유가 150弗↑우려
"유가 상승 시 재고 쌓이고 제품 가격 경쟁력 떨어져"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욱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우리 기업들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가와 물류비 상승에 따른 불황의 암초를 만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다.

당장 유가가 급등하면서 가뜩이나 시름이 깊은 정유업계와 석유·화학 업계 위기도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유가 상승 시 정제마진이 늘어나더라도 수요가 이를 받쳐주지 못하면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가 150달러까지 치솟나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이스라엘과 이란간 무력분쟁에 조만간 개입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이란에 대한 '무조건적인 항복'을 강조했는데 무력 개입을 사실상 기정사실화 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본격적인 개입이 시작되면 당장 국제 유가의 흐름이 상승곡선을 그리며 '폭등' 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이란은 전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은 석유를 생산하는 국가다. 게다가 이번 분쟁이 근처의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지역의 석유 매장량을 바탕으로 전세계 원유의 20%가 지나가는 핵심 경로에 위치해 있다. 이란에 대한 무력 개입이 유가 상승으로 연결되는 이유다. 

실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국이 본격적으로 개입에 나서면 유가가 배럴당 최대 150달러 이상까지 솟구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유가가 가장 높았던 시기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로 배럴당 147달러를 기록했었다. 국제 금융위기급 여파일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개입 이후 이란의 원유 생산시설 타격 여부와 OPEC 등이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유가의 흐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현재 70달러 후반대에 형성돼 있는 유가는 단기적으로는 90달러 이상까지 상승한 이후 상승폭을 확대할 지 여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상승이 본격화 하면 그 이후가 문제다. 연료값 상승으로 인한 물류비 인상, 이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 강화,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파고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수출 등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의 관세 압박이 있었지만 이로 인한 불안감이 수요를 자극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버틸 수 있었던 측면이 있다"라며 "반면 유가로 촉발된 경기 불황은 당장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짚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했던 관세 부과 유예 시기도 점점 다가오고 있어 관련 불확실성도 다시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주목도가 높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지난 17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근월물 종가는 배럴당 76.54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전 거래일과 비교해 3.22달러(4.4%) 오른 수준이다. 

위기 사정권, 정유·석화도 포함

이번 지정학적 리스크에 유독 촉각을 곤두세우는 곳은 정유업계와 석유·화학 업계다. 당장의 유가 상승으로 인한 마진 증가를 반가워 할 겨를이 없을 거란 이유에서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유가가 오르면 기름을 원재료로 하는 기업들 역시 이익이 늘어날 거라는 관측이 있지만 이는 단편적인 이야기"라며 "유가 상승보다는 정제마진이 얼마나 더 나아졌는지, 재고 등이 얼마나 잘 소진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해 정제마진이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상승으로 인한 경기침체 도래시 소비 역시 쪼그라들면 휘발유나 경유 등 제품의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원재료 가격은 올라갔지만 판매가는 늘리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하는 구조다. 

이 관계자는 "가격 뿐만 아니라 소비 위축으로 인한 재고가 쌓일 경우 이미 높은 가격으로 원재료를 조달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며 "추후 원유가격이 안정화 하면 재고 평가가 다시 이뤄질텐데 이 때는 더욱 낮은 가치로 평가받아 손실로 처리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 업종은 정유업계보다 표정이 더 어둡다. 원재료비가 상승한 만큼 제품의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건 정유업계와 마찬가지지만 가격 저항이 더욱 심하기 때문에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어서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확전됐을 당시도 경기침체와 유가상승이라는 상황은 현재와 비슷했는데 그 때는 정유업계 실적은 증가했지만 석화업계 부진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라며 "석화업계는 원유나 나프타 등 원재료 상승폭을 제품에서 만회하기 힘든 구조인 데다가 에너지 가격 상승은 설비 시설을 돌리는 데 필요한 비용이 대폭 확대되는 부작용이 존재하기 때문에 유가 상승에 더욱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로 인해 수익성이 가뜩이나 악화한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이를 더욱 부채질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에는 이번에 유가가 상승한다 하더라도 국가차원에서 보유한 전략비축유를 통해 원유를 시장해 공급, 중국 석화업계는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원재료를 공급할 수 있다"라며 "상황이 악화 하면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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