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공략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중국 업체들이 장악한 LFP(리튬인산철) 기반 ESS 시장에 현지 생산과 차별화된 기술을 앞세워 첫 대형 계약을 따냈다.
이번 계약은 지난해 12월 ESS 사업실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격상한 뒤 거둔 첫 성과로 의미가 크다. 지난 7월 이석희 SK온 대표 역시 기업가치 제고 전략 설명회에서 "미국 ESS 시장 성장은 새로운 도전 기회"라며 "현지 생산과 기술 차별화를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온은 4일 미국 콜로라도주 재생에너지 개발사 플랫아이언 에너지 개발과 1기가와트시(GWh) 규모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내년 매사추세츠주 프로젝트에 SK온의 LFP 파우치 배터리를 탑재한 컨테이너형 ESS가 투입된다. 양사는 오는 2030년까지 6.2GWh 추가 프로젝트에 대한 우선협상권도 합의했다. 최종 공급 규모는 최대 7.2GWh, 금액으로는 약 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SK온은 내년 하반기부터 미국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 공장의 일부 전기차 배터리 라인을 ESS 전용으로 전환한다. 현지 양산을 통해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수요에 즉각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SK온의 ESS 제품은 기존처럼 큰 단위(랙)로만 짜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작은 블록(모듈)을 조립하는 구조다. 마치 레고처럼 블록을 늘리고 줄일 수 있어 필요에 따라 용량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 프로젝트 규모나 설치 환경에 맞춰 맞춤형 구성이 가능한 셈이다.
여기에 모듈 사이로 열이 번지는 것을 막는 안전장치를 적용, 화재 위험을 크게 줄였다. 또 배터리에 미세한 전기 신호를 보내 내부 저항과 반응을 살펴보는 'EIS(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 기술을 활용해 배터리 상태를 정기 건강검진하듯 점검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 안팎선 이번 대형 수주가 SK온의 체질 개선과 합병 시너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ESS는 전기차 배터리보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사업으로 꼽힌다"며 "오는 11월 SK엔무브와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정유·윤활유 등 안정적 현금창출 사업이 버팀목 역할을 해 적자 위험도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수요 둔화 국면에서도 ESS와 전통 에너지 사업이 균형을 이루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안정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SK온은 올 상반기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 사업 결합으로 약 1000억원의 현금흐름 개선 효과를 거뒀다. 오는 11월 1일 SK엔무브와 합병까지 완료되면 자본 확충 1조7000억원, EBITDA(상각전영업이익) 8000억원 규모의 재무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SK엔무브는 액침냉각, 전기차용 윤활유 등 전기화 시대 핵심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최근 4년간 연평균 EBITDA가 1조원을 웃돌았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2조2405억원, 영업이익 2566억원(영업이익률 11.5%)을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