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13개 계열사 노동조합이 성과급 제도 개편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주요 계열사 노조가 한목소리를 낸 건 사실상 처음이다.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 10%를 성과급으로 배분하고 상한까지 없앤 파격적 합의를 끌어낸 직후라 파장이 만만치 않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는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명하고 공정한 성과급 제도가 마련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오상훈 삼성노조연대 의장은 "회사가 노조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기준을 정해 결과만 통보하고 있다"며 "성과급이 얼마나, 어떻게 지급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조가 요구하는 핵심은 세 가지다. △성과급 산정 기준의 투명화 △계열사 간 차별 해소 △성과급 상한 폐지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고, 개인별 성과급을 연봉의 50%로 제한하는 상한제를 철폐하라는 것이다.
현재 삼성은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뺀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산출하는데, 비용 지출이 크면 실적이 좋아도 성과급이 줄어드는 구조다. 이 지표는 경영상 활용에는 유용하지만 임직원에게 공개되지 않아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조는 SK하이닉스를 직접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올해 교섭에서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상한을 없애기로 합의했다. 오 의장은 "성과급 기준을 SK하이닉스 그 이상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바꿔야 한다"며 "이재용 회장이 결단을 내려야 삼성에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 안팎에서는 시점에 대한 논란도 있다. 반도체 등 주력 사업 부진으로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1조36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줄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인 16조6534억원을 기록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실적 회복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스마트폰·가전 등 각기 다른 사업군의 성격을 감안하면 영업이익 전체를 단순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나온다.
정부의 상법 개정과 주주환원 압박도 변수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배당액은 4조911억원으로 국내 기업 중 최대 규모다. 성과급 확대와 주주환원 압박이 맞물릴 경우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오 의장은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지금 당장 성과급을 더 달라는 투정이 아니다"라며 "회사가 호도하듯 절대적 금전 문제를 제기하는 게 아니라 기준을 투명하고 명확하게 세우자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이익이 많으면 더 주고 적으면 줄이는 건 당연하나, 지금처럼 기준조차 불투명한 구조에서는 직원들이 예측할 수 없다"며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합리적 보상이 가능하고 그것이야말로 직원들의 동기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현장 경험담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삼성 노조 게시판에는 SK하이닉스로 이직한 전 삼성전자 직원의 익명 인터뷰가 공개됐다. 그는 "삼성에서는 고과가 임원의 입김에 좌우돼 열심히 일해도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웠다"며 "성과급 산정 방식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불투명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직한 뒤에는 실적과 개선안 등 구체적인 성과로 평가받고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었다"며 "이직 이후 우울증 증세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삼성 노조는 이런 내부·외부 목소리를 근거로 성과급 제도뿐 아니라 조직문화 개선까지 촉구하고 있다.
삼성노조연대에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삼성디스플레이노조, 삼성SDI울산노조, 삼성생명노조 등 13개 노조가 참여하고 있으며 조합원 규모는 약 3만명이다. 노조는 "성과급 제도는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주는 제도적 과제"라며 "투명하고 공정한 보상이야말로 기업 성장의 동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