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이지만 차량 보급률은 최하위. 1인당 소득은 가장 빠르게 늘지만 승용차 점유율은 여전히 낮은 곳. 2030년이면 3500만대 규모로 커질 시장. 현대차그룹이 조직을 뜯어고치고 생산라인을 늘리며 인도 공략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특히 로컬 브랜드의 빠른 성장으로 경쟁 구도가 급변하자, 현대차그룹은 현지화 중심으로 전략을 전면 수정하는 모양새다. 인도를 별도 권역으로 독립시키고 생산능력을 150만대까지 늘리는 등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3위 시장, 성장 잠재력은 '1위'
인도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이다. 코트라 첸나이 무역관 자료에 따르면 2024-2025 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기준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약 2500만대에 달한다.
주목할 점은 시장 규모 대비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크다는 점이다. 인도는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임에도 차량 보급률은 최하위권이다. 시장 규모가 이미 크지만 성장 여지는 더 크다는 의미다. 인도 승용차 판매는 2022년 307만대에서 2024년 422만대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어 올해는 430만대로 확대되고, 오는 2030년에는 576만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자동차 부품 시장도 코로나19로 인한 침체를 겪은 후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2021년 493억 달러였던 시장 규모는 2022년 459억 달러로 잠시 주춤했지만 △2023년 566억 달러 △2024년 697억 달러 △2025년 741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2030년에는 1312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평균 10%가 넘는 성장률이다.
문제는 경쟁 구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트라가 집계한 브랜드별 승용차 판매 전망을 보면, 인도 완성차 브랜드인 마루티 스즈키가 점유율 약 41%로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다. 2024년 176만대에서 2025년 176만1000대로 0.1% 소폭 증가에 그쳤지만 여전히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인도 시장 2위인 현대차는 지난해 61만5000대에서 올해 59만9000대로 판매량이 2.6% 감소할 전망이다. 점유율 13.2%로 2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판매량이 줄어들며 1위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상황이다.
반면 중위권 브랜드들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로컬 브랜드 마힌드라의 올해 판매량은 55만1000대로 전년 대비 19.8% 급증했다. 토요타는 24만6000대에서 30만9000대로 25.6%나 뛰었다.
6위인 기아는 24만6000대에서 25만6000대로 4.1% 증가했지만, 마힌드라와 토요타의 급성장에 비하면 두드러지지 않는 수준이다. 성장하는 시장에서 현대차는 판매가 감소하고 기아는 두드러지지 않는 성장세를 보이자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권역 개편·생산 확대…대응속도 빨라진다
시장 변화에 맞춰 현대차그룹의 전략은 빠르게 손질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조기 임원 인사에서 인도를 기존 인도·중동 대권역에서 분리해 단독 권역으로 격상했다.
인도권역본부장에는 그동안 인도법인 COO(최고운영책임자)를 맡아온 타룬 가르그가 선임됐다. 현대차 인도 사업을 현지인이 총괄하는 첫 사례다. 타타모터스와 마힌드라 등 로컬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현지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해외 조직도 인도 중심으로 재편됐다. 기존 인도아중동대권역은 인도와 아중동으로 분리됐고, 박동휘 전무가 아중동권역본부장으로 이동했다. 인도를 북미·유럽과 동급 전략 권역으로 올려놓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다.
현대차는 생산 전략도 인도 비중을 크게 키우고 있다. 지난달 본격 가동에 들어간 푸네 공장은 GM 인수 부지를 기반으로 연 17만대 규모로 출발해 2028년 25만대까지 확장될 계획이다. 기존 첸나이 공장과 기아 아난타푸르 공장을 포함하면 그룹의 인도 내 생산능력은 약 150만대로 늘어난다. 푸네 공장은 내수뿐 아니라 신흥시장 수출 거점 역할도 맡는다.
기아는 소형 SUV '셀토스' 2세대 모델을 공개하며 인도 시장 판매 목표를 연 10만대로 제시했다. 셀토스는 기아가 인도 진출 첫해부터 점유율을 끌어올린 핵심 모델로, 2세대 투입을 통해 시장 반등을 노리는 전략이다. 기아가 제시한 글로벌 판매 목표(연 43만대 이상) 가운데 인도 비중이 상당한 만큼, 인도 시장에서의 성패가 전체 실적에 직결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는 연구개발 체계까지 인도 중심으로 손보고 있다. 최근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뱅갈루루에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 전문 연구분소를 신설했다. 기존 하이데라바드 통합거점은 전략·글로벌 협업 중심이었고, 새 분소는 핵심 기능 구현과 프레임워크 개발 같은 하드웨어 밀접 영역을 담당한다. ADAS·전동화 등 고부가 전장 수요가 급증하는 인도 시장 특성에 대응하기 위한 이원화 전략이다.
코트라 첸나이 무역관은 "한국 공급업체는 자유무역협정(FTA)과 지정학적 요인으로 중국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중단기적으로 인도로의 수출은 유지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현지 생산 부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가격 경쟁력과 공급망 회복력을 바탕으로 인도를 수출 허브로 활용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