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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난리..유동성 경색 리먼사태와 닮아

  • 2013.06.21(금) 14:31

`유동성 위기` 리먼 때와 유사..인민銀 개입 안해
정부개혁 일환 `시스템 시험중`..얼마나 버틸지 주목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금융시장 전반이 흉흉한 가운데 중국에서도 잇따라 적신호가 터져나오고 있다. 중국의 경제지표 부진은 물론 유동성 위축이 최근들어 심화되며 과거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와 흡사하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유동성 고삐를 죄고 있는 중국 인민은행의 의도적인 묵인이 작용한다. 시진핑 정부가 추진 중인 개혁의지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실험으로 중국 금융 시스템 전반이 크게 흔들릴 경우 수습이 힘들어지면서 또다른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유동성 위기, 리먼 때와 유사..인민은행 팔짱만


전날(20일) 중국 자금시장에서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는 10% 위로 치솟았다.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물론 근 2주간 평균금리의 세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상하이 은행들간 거래금리인 시보금리 역시 13.44%에 달하며 사실상 자금거래가 뚝 끊겼다.

이 같은 유동성 위축 국면이 근 일주일째 지속되면서 시장 관계자들은 과거 리먼 사태와 흡사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유동성 위축이 지속되면서 일부 중소형 은행이 도산하는 상황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인민은행은 시장 개입을 꺼리며 팔짱만 낀 채 관망만 하고 있다. 은행들의 아우성에도 끄덕안할 모양새다.

이 같은 상황이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유동성이 모자랄 때마다 항상 시장에 공급해주며 충격을 막아왔다. 결국 시장에 개입하지 않은 것은 은행들 스스로 해결하라는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 유동성 투입 없이 자산을 처분해서라도 자금을 마련하란 얘기다.


[시보금리(Shibor) 추이]



 

◇ 스트레스테스트 시험대..개혁정책 일환


시장 참가자들은 인민은행의 이런 태도에는 일종의 스트레스 테스트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한다. 중국 경제와 금융시스템이 장기적으로 리밸런싱 과정을 거치는 상황에서 지방은행들이 유동성 위축을 잘 견딜 수 있는지 지켜보는 일종의 시험대란 분석이다. 중앙은행 차입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건전한 개혁 과정으로도 비친다.

최근 급격한 외국인 자금 유출이나 지난주 사흘간의 연휴 요인 등 일시적인 유동성 위축 국면으로 판단하면서 굳이 중앙은행이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시진핑 정부 출범 후 중국 정부가 과거 마오쩌둥 시대처럼 대대적인 반부패 반관료주의 등의 기치를 내걸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인민은행의 유동성 옥죄기 역시 이 같은 일환으로 해석했다.


최근까지 중국에서는 과도한 부채나 그림자 금융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여기에는 은행들이 인민은행이 공급한 유동성을 활용해 위험자산에 투자하거나 이를 부추긴 영향도 없지 않다는 평가다.

피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신용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98%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 은행들이 판매한 고위험 금융상품 규모만 해도 지난 3월 현재 13조위안에 달했다. 이는 중국 은행들의 재무재표에 계상되지 않기 때문에 이른마 그림자 금융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샤오 강 뱅크오브차이나(BoC) 행장은 차이나데일리 기고에서 이를 폰지사기에 비유하기도 했다.

송 유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의 긴축은 차입비율이 더 높은 수준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펜 웬셍 중국국제캐피털 이코노미스트도 "중앙은행이 은행들에게 위험관리나 유동성 관리에 더 신중하라는 메시지를 주길 원한다"고 판단했다.

최근까지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급등하고 있는 점도 중국 인민은행이 호락호락하게 유동성을 공급하지 않는 이유로 지목된다.

 

◇ 최악의 경우 은행 도산도..`인위적 측면` 커


문제는 최근 중국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점이다. 경제지표는 연일 부진하게 나오고 있고 금리가 급작스럽게 높아질 경우 결국 기업들에게도 부담을 줘 중국 경제 성장세를 더욱 부진하게 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은행들 역시 인민은행의 유동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에 인민은행의 결정은 대출을 위축시켜 경제 역시 빠르게 냉각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악의 경우 위험자산 노출이 심한 은행들의 상환불이행으로 이어지며 도산할 수 있고 다른 은행으로 전이될 경우 예금자들의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 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미국의 양적완화에 나선 점도 상당한 부담이다. 중국으로서는 양적완화 축소로 이머징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그간 중국 부동산을 끌어올린 핫머니 이탈 역시 기대할 수 있지만 갑작스러운 유동성 위축은 경제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에도 유로존 위기 우려가 부각되면서 중국에서 자금이 1000억달러 가까이 빠져나갔는데 GDP의 1.2%에 달했다는 점을 주목한다. 양적완화 축소 로드맵이 확실시된 만큼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가뜩이나 빡빡해진 유동성 상황을 일거에 위축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일부 위기를 용인해서라도 개혁정책을 지속할 것이란 데 무게를 싣는다. 이미 중국 정부가 7%이하의 성장률을 용인할 것이란 전망은 심심치 않게 나왔다. 따라서 인민은행이 쉽게 시장에 나서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강해지고 있다. 지안 창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책 당국이 위기를 원치는 않겠지만 시스템을 시험할 필요가 있다"며 "파산이나 디폴트 역시 허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위기 양상이 2008년과 흡사하긴 하지만 유동성 위축이 인위적인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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