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통일 대박 발언 이후 통일투자 바람이 꾸준히 불고 있다. 지난 봄 펀드업계에서도 통일 수혜 종목에 투자하는 통일펀드가 잇따라 출시됐다. 통일의 성격 상 장기투자 펀드로 설정된 이들의 초반 레이스 성적은 어떨까. 실제로 대박을 내주고 있을까.
뚜껑을 열어보니 운용사별로 희비가 갈렸다. 지난 3월 야심차게 통일펀드의 첫 테이프를 끊은 신영자산운용 펀드는 여름 이후 크게 고전 중인 반면, 뒤늦게 합류한 하이자산운용의 통일펀드는 약세장에서도 꽤 선방하는 모양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현재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펀드의 6개월간 수익률은 -5% 안팎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3개월 수익률은 -7%대로 더 부진하다. 코스피 대비로는 소폭 선방했다.
반면 하이코리아통일르네상스펀드는 3개월간 수익률이 5.78%로 최근 코스피가 급락한 약세장에서도 선방 중이다. 신영자산운용의 통일펀드는 가치주펀드로 워낙 명성이 높은 신영이 내놓으면서 출시 초기부터 주목받았고 설정액이 500억원이 넘을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하이자산운용의 통일펀드의 경우 설정액이 20억 미만으로 초소형급에 속한다.
통일 수혜종목에 투자하는 같은 목적을 가진 두 펀드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린 이유가 뭘까. 두 펀드 모두 국내 주식에 95% 이상 투자해 결국 종목선택이 수익률 차이로 나타났다.
상위 업종구성을 보면 두 펀드 모두 통일시 수혜를 보는 내수업종에 속하는 경기연동소비재 비중이 30% 이상으로 유사하다. 금융과 소비재, 산업재에도 둘 모두 고르게 투자했다. 반면 신영펀드는 상위 5개 업종에 정보기술이 포함된 반면, 하이는 공공재가 들어가 있다.
펀드내 비중이 큰 종목들도 신영의 통일펀드는 삼성전자가 우선주를 포함해 10%에 이른다. 하이운용의 펀드는 화승알앤에이와 경방 등 중소형주들의 눈에 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신영의 경우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담으면서 코스피 급락에 따른 타격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통일 과정에 대한 시각 차이와 전략이 희비를 가른 것 같다"고 말했다.
통일이 되면 주로 내수업종이 수혜를 입지만 결과적으로는 방산주 외에는 모든 업종이 수혜를 보게 되는 만큼 대표적인 대형주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국내 대형주들은 실적부진 우려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면 하이운용의 펀드는 통일의 단계별로 투자전략을 세워 초기단계에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남북경협주 등에 집중했다. 당장 통일이 현실화되기보다는 남북한 상호협력과 정부지원 강화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에 우선 집중한 것이다. 하이자산운용 관계자는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높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통일의 시나리오가 워낙 다양하고, 통일이 되면 대부분의 산업이 수혜를 입지만 당장은 남북경협주 등 수혜 종목이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하이운용은 향후 통일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는 사회기반기설(인프라) 투자 수혜가 예상되고 통일 초중반 단계에서는 본격적인 투자와 내수시장 확대, 후반에는 문화나 레저, 복지에 대한 관심 증대로 단계별 수혜주를 선택하고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달리 신영자산운용의 통일펀드는 장기투자를 겨냥하고 통일 이후 초과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관련주에 투자한다. 장기투자를 염두에 두면서 3년 이내 환매할 경우 수익의 30% 이상을 환매수수료로 내야한다. 하이운용의 경우 90일이 지나면 수수료 없이 환매가 가능하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장기투자냐 당장의 통일 관련 수혜냐에 따라 펀드의 운용과 성과가 다른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장기투자 성과를 봐야겠지만 초반 성적이 대조적인 것을 보면 통일 시점 자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미래의 수혜에만 집중하는 게 더 나은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