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예비인가를 획득하면서 카카오가 그동안 추진해온 핀테크(FinTech, 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사업이 속도를 낼 지 관심이 모인다. 카카오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하기 전인 작년 하반기부터 이미 핀테크 서비스를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에다 콜택시, 유통, 대리운전 등 이른바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 서비스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어 신규 사업들간 시너지가 발휘될 지도 주목된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임시회의를 열어 카카오(한국카카오은행)와 KT(케이뱅크은행)의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2곳을 각각 은행업 예비인가 사업자로 최종 선정했다.
이 가운데 카카오가 주도하는 한국카카오은행에는 카카오·한국금융지주·KB국민은행·넷마블·로엔(멜론)·서울보증보험·우정사업본부·이베이코리아(지마켓, 옥션)·예스24·코나아이·텐센트 총 11개사가 공동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향후 '한국카카오은행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내년 본인가를 위한 임원진 등 인력 구성 및 영업시설, 전산체계 등 물적설비 구축 등의 준비 작업을 개시한다. 카카오뱅크의 납입자본금은 3000억원이다.
카카오 컨소시엄이 인터넷은행에 첫발을 내딛으면서 카카오의 간편결제와 모바일지갑 등 핀테크 사업에 순항이 예상된다.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핀테크 서비스를 차례로 내놓았다. 작년 9월에 LG CNS의 결제솔루션 '엠페이'를 기반으로 '카카오페이'란 간편결제를 시작했다. 그해 11월에 금융결제원 및 국민·우리 등 16개 은행과 공동으로 인맥구축서비스(SNS) 기반 모바일 지갑 '뱅크월렛카카오(이하 뱅카)를 내놓았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는 신개념 결제 서비스다. 간편하게 등록할 수 있으며, 비밀번호 하나로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어 정보기술(IT) 업계는 물론 금융 업계로부터 관심을 모았다. 마침 국내에 핀테크 바람이 크게 불면서 열풍의 주역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온오프라인 가맹점수가 경쟁 서비스들에 비해 적은데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이 초기라 서비스 확대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2014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6개월이 지난 5월만해도 가입자수 400만명을 돌파했으나 6개월이 지난 11월 현재 160만명이 추가된 560만명에 그치는 등 확장 속도가 둔화된 모습이다. 이보다 늦게 서비스한 삼성전자의 '삼성페이(올 8월)'의 가입자수가 두달만에 100만명을 돌파한 것이나, NHN엔터테인먼트의 '페이코(올해 8월)' 역시 두달만에 150만명을 넘어선 것과 비교된다.
뱅카 역시 시작한지 1년이 지난 현재 가입자수가 90만명에 그치는 등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편한 송금을 내세우고 있으나 기존 은행의 모바일뱅크와 차별화가 없고, 송금액 한도가 하루 최대 50만원에 불과하는 등 이용자를 끌만한 확실한 매력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카오 컨소시엄이 인터넷은행 사업을 본격화할 경우 주춤했던 카카오페이와 뱅카 서비스는 다시 힘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결제 서비스는 '핀테크의 꽃' 인터넷은행을 하기 위한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들 서비스가 인터넷은행의 기본 관문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카카오 인터넷은행은 국내 가입자수 3800만명을 확보한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모바일 플랫폼을 갖췄다는 점에서 향후 서비스 이용자 수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다 카카오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O2O 서비스들까지 결합될 경우 서로 밀고 끌어주면서 상승 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올해 3월 카카오택시를 시작으로 고급택시와 농산물유통, 대리운전 등 O2O 서비스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이러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에는 자연스럽게 결제 등 기초적인 은행 업무가 따라 붙기 때문에 인터넷은행 사업이 O2O의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은 높다.
한편 카카오 컨소시엄은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사업계획서를 통해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11개 공동 발기인의 전문 역량을 활용해 혁신성과 안전성을 동반한 비전을 소개했다. 공동발기인의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한 ‘카카오스코어’ 신용 평가 모델, 카카오 유니버설 포인트를 통한 맞춤형 금리제도, 24 시간 고객의 문의에 답하는 ‘금융봇’ 등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시했다.
이 외 카카오뱅크는 기존 PG·VAN 사업자의 주요 역할을 앱투앱 결제, 카카오톡 기반의 송금 서비스 등으로 대체해 수수료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고객과 가맹점, 또 고객과 고객을 직접 연결해주는 등 ICT와 금융의 적절한 결합을 보여주는 서비스들을 만들어 낸다는 계획이다.
카카오 윤호영 부사장은 “오랜 시간 고생한 결과인 만큼 말할 수 없이 기쁜 결과다”며 “금융소비자가 몸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카카오뱅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