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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NEXT]①'떼접속'…게임판이 바뀐다

  • 2016.05.31(화) 11:04

폰게임 대세, 액션RPG→MMO로 전환 움직임
커뮤니티 기능 관건…'리니지' 모바일판 기대

게임 산업의 트렌드가 차츰 변하고 있다. 스마트폰 상에선 천편일률적이던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장르를 벗어나 PC온라인 '리니지' 같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한 때 잘 나가던 중견 게임사들이 '가상현실(VR)'로 승부수를 내걸고 신작 개발에 나서고 있어 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즐길거리가 등장을 앞두고 있다. '고스톱·포커류' 이른바 웹보드게임이 살아나면서 정부 규제로 휘청였던 관련 업체들의 실적이 회복되고 있다. 달라진 게임 산업의 트렌드를 짚어보고 새로운 물결에 올라탄 업체들을 조명해본다. [편집자]


흥행 산업인 게임도 유행을 탄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게임들이 한꺼번에 몰려 나온다는 얘기다. 한때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게임과 결합하면서 이른바 '국민게임'이 쏟아졌던 시기를 살펴보면 '애니팡'이나 '윈드러너', '다함께 차차차' 등 대체로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을 쉽게 조절하는 캐주얼 장르 일변도였다.

 

캐주얼의 바통을 이어받아 현재까지 대세를 이루는 모바일 장르가 '액션 RPG'다. RPG란 'Role Playing Game'의 약자로 이용자가 게임 속 캐릭터가 되어 즐기는 방식이다. 여기에 천지를 진동할 듯한 호쾌한 타격감 등이 강화된 것이 액션 RPG 장르다. 지난 2014년 액션스퀘어의 '블레이드' 흥행 성공을 계기로 액션 RPG가 주류로 부상했다. 이들 게임은 기존 캐주얼과 달리 무겁고 매니아적인 성향이 있어 게임 업계에선 '하드코어'하다고 부른다.

 

액션 RPG는 블레이드 이후 우후죽순 쏟아졌다. 넷마블게임즈를 비롯해 네시삼십삼분, 넥슨 등 굵직굵직한 게임사들이 하나같이 액션 RPG로 승부를 걸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비슷비슷한 게임의 양산이 가속화되고 게임간의 차별점이 없어지면서 게이머들의 피로도가 높아진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일부를 제외한 액션 RPG류의 흥행 기간이 점차 짧아지고 있다. 31일 기준으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매출 10위권에 들어온 액션 RPG는 넥슨의 '히트(HIT)', 넷마블게임즈의 '마블 퓨처파이트', 네시삼십삼분의 '로스트킹덤' 3개다. 그 외 홍수처럼 쏟아졌던 대작급 액션 RPG가 10위 밖으로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있다.

 

◇ 천편일률적 폰게임의 변화MMORPG의 부상

 

흥미로운 것은 액션 RPG 자리를 대체하는 장르로 과거 PC온라인게임 시절 대세였던 'MMORPG'가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웹젠의 '뮤오리진'과 글로벌게임사 이펀컴퍼니가 서비스하는 '천명'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먼저 중국 개발사 천마시공이 만들고 웹젠이 서비스하는 뮤오리진(중국 서비스명 '전민기적')은 작년 4월 출시 이후 올해로 서비스 1주년이 넘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흥행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 게임은 지난 26일 국내 3대 앱스토어(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통신 3사 통합 원스토어)에서 동시에 최고 매출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 웹젠이 서비스하고 있는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뮤오리진'이 최근 국내 모바일 앱스토어 3사의 최고 매출을 기록하는 등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뮤 오리진이 국내 앱스토어 시장을 석권한 것은 작년 하반기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게임 업계에선 넷마블게임즈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모바일시장에서 MMORPG 장르가 두번씩이나 1위 자리를 치고 들어왔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웹젠의 모바일 MMORPG를 다루는 운영 노하우가 상당한 수준에 오른 것도 있겠으나 액션 RPG에 식상함을 느낀 이용자들이 새로운 장르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로옹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하고 홍콩에 본사를 둔 이펀컴퍼니가 서비스하는 천명 역시 국내 게임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천명은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초반부터 곧바로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10위권에 진입한데 이어 최근 5위 안팎에 머무는 등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게임은 MMORPG의 특성을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대 500 대 500명의 실시간 대규모 전투가 가능하며, 서울과 경기·강원·충청·경상·전라로 나뉘는 6개의 국가 대항전 등이 특징이다. 매일 오후 8시부터 30분간 '실시간 국가전'을 펼치기도 하는데 이 같은 재미 요소를 갖춰 구매력이 강한 30~40대 직장인층으로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다.

 

◇ 하반기 출시될 '리니지' 모바일판에 관심

 

뮤 오리진과 천명은 여러 이용자가 동시에 접속해 특정 장소에 모여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이른바 '필드 플레이'가 가능하다. 기존 액션 RPG는 이용자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몬스터를 때려잡으며 미션을 완수하는 이른바 '던전형' 방식이라면, MMORPG의 필드 플레이는 수많은 이용자들이 협동을 통해 게임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열린 방식이다.

 

많게는 수백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게임을 즐기다보면 자연스럽게 커뮤니티 기능이 활성화될 수 밖에 없다. MMORPG에선 유독 게이머들간의 활발한 소통이 일어나는데 이 점이 핵심 재미 요소로 꼽히기도 한다. 올해로 서비스 18주년을 맞이한 '리니지1'이 여전히 건재한 이유를 '혈맹', '길드'로 부르는 독특한 커뮤니티 문화에서 찾기도 한다.

 

웹젠 관계자는 "모바일 MMORPG는 수많은 이용자가 풍선 모양의 채팅창을 통해 실시간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시각적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온라인 네트워크 게임의 재미 요소를 최대한 살린 장르"라고 설명했다.

 

▲ 이펀컴퍼니가 서비스하는 모바일 MMORPG '천명'.

 

MMORPG는 액션 RPG를 이을 새로운 주류 장르로 주목받고 있다. PC 온라인게임 시절부터 국내에서 가장 유저 수가 많은 대표 장르이며, 게임 내 콘텐츠도 가장 풍부해 생명 주기 또한 긴편이기 때문이다.

 

현재 모바일 MMORPG 성공작으로는 뮤오리진과 천명 2개가 유일하며 아직 다른 게임사들의 진출이 이뤄지지 않은 블루오션이라는 점도 신작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한다. 게임 업계에선 올 하반기부터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대형사들이 MMORPG 신작을 선보일 것이라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모바일 MMORPG는 엔씨소프트가 간판게임 '리니지1'의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해 만들고 있는 '리니지M'이다. 이 게임은 PC온라인 리니지의 세계관을 모바일로 옮긴 것으로, 대규모 인원이 동시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팀을 맺어 전투하고 이용자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도 있다. 향후에는 PC버전과 연동도 계획하고 있다.

 

넷마블게임즈 또한 '리니지2'를 활용한 '아덴의 새벽'이란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올 3분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 이 게임은 넷마블게임즈의 모바일 개발 능력과 리지니 IP의 파급력을 고려할 때 흥행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중국과 대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룽투게임즈의 '검과 마법'이 국내에 서비스를 앞두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정호윤 연구원은 "이미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기존 장르에 지친 유저들의 MMORPG에 대한 수요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작년 4월에 출시한 웹젠의 뮤오리진이 현재까지 매출 순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출시한 이펀컴퍼니의 천명 역시 특별한 마케팅 활동 없이도 구글 매출 4위까지 상승하며 모바일 MMORPG에 대한 유저들의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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