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종합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 삼성SDS가 사업부문별 분할 계획을 공식 밝힌지 나흘만에 이번에는 물류 부문을 콕집어 분할 계획을 공론화했다. 물류사업과 삼성그룹 계열 삼성물산의 합병설이 점차 설득력을 얻게 됐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실제 성사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극히 불투명하다.
삼성SDS는 7일 글로벌 물류 경쟁력 강화 및 경영 역량 집중을 위해 물류사업 분할을 검토하고, 나머지 사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삼성SDS는 크게 IT서비스와 물류BPO(비즈니스프로세스아웃소싱) 부문을 두개의 축으로 삼고 있다. 이 가운데 신성장 사업인 물류BPO는 지난 2012년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해 단기간에 지난해 매출 2조6060억원 규모로 키웠다. 작년 매출 7조8535억원(연결 기준)에서 물류 비중이 33.2%에 달할 정도다.
삼성SDS는 분할 이유에 대해 물량의 대부분을 삼성그룹 계열사로부터 받고 있어 대외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삼성SDS는 "올해 말이면 삼성전자 등 관계사 물동량 대부분을 수행할 예정이어서 향후 지속 성장을 위해선 대외사업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물류 전문기업으로서 브랜드 정립과 글로벌 실행력 및 영업네트워크 확충을 위해선 인수합병(M&A)이나 신규사업 진출이 필요한데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을 위해, 물류 전문 경영체계 구축 차원의 분할을 검토하게 됐다는 것이다.
물류 외 다른 IT 서비스 부문에서도 경쟁력 강화를 모색한다고 밝혔다. 삼성SDS는 "고객의 지속적인 IT비용 효율화 요구,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ig Data) 등 IT 신기술의 출현,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와 같은 새로운 경쟁업체의 시장 진입 등 국내외 시장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S는 "외부 전문 기관과의 논의를 통해 상세 분할 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시장에서는 삼성SDS가 물류 부문을 떼어내 삼성물산과 합병할 것이란 얘기가 돌았다. 삼성그룹이 삼성SDS의 물류BPO 부문을 떼어내 삼성물산의 상사 부문과 합치기로 하고 조만간 이를 발표할 것이란 내용이다. 삼성SDS의 IT솔루션서비스 부문도 분할해 매각하거나 삼성전자 또는 삼성물산 자회사로 편입할 것이란 내용도 담겨있다.
이같은 내용이 떠돌자 삼성SDS는 지난 3일 조회공시 요구 답변에서 "사업부문별 회사분할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방법이나 일정에 대해 확정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당초 '사업부문별 분할을 고려하고 있다' 정도의 두루뭉술한 입장을 내놨던 삼성SDS가 불과 나흘만에 물류 사업을 떼어낼 것이라고 시인한 셈이다. 이에 따라 물류 분할 계획은 삼성SDS의 물류사업과 삼성물산의 합병설에 보다 힘을 실어주게 됐다.
다만 삼성SDS의 소액주주들이 사업 분할에 대해 반발하고 있어 실제로 물류 분할과 더 나아가 삼성물산과의 합병으로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들은 삼성SDS의 분할 공시로 주가가 하락했다며 회사에 항의 방문은 물론 법정소송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000여명으로 구성된 삼성SDS 소액주주모임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잠실 삼성SDS 본사에 방문한다. 이 모임은 삼성그룹이 삼성SDS를 상장시킨지 1년6개월만에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물류 분할을 추진키로 하면서 주가가 하락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향후 삼성SDS가 물류 사업을 분할해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쓰인다면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