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공시 첫날 공개된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 가운데 외국계 증권사 비중이 97%에 육박하며 외국인이 공매도 판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시장 예상대로 외국인들이 공매도에 나선 종목들을 되사는 '숏커버링' 가능성이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이미 공매도 공시법 시행이 일찌감치 예고된데다 5월말 이후 전체적인 공매도 규모가 줄어들면서 남은 기회가 많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 외국계가 97%로 사실상 장악
6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지난 5일 공매도 공시 대상자 17개사 중 공시건수 상위 8개사가 모두 외국계 증권사로 집계됐다.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된 공매도 공시법으로 순매도 잔고 보유분이 총 주식수의 0.5% 이상일 경우 해당 내역을 3영업일 이내에 공시하는 것이 의무화됐고 전날(5일) 첫 공시가 발표됐다.
이미 공매도 공시법 시행전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공매도 비중이 70~8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고 실제 비중은 이를 훨씬 웃도는 96.6%(414건중 400건)에 달했다.
모간스탠리가 248개 종목에 대해 공매도 포지션을 취하며 가장 많았고 메릴린치인터내셔날(34건), 골드만삭스(28건), 도이치방크(24건), UBS(22건), 크레디트스위스(21건), JP모간(18건), 씨티그룹(18건)이 뒤를 이었다.
국내 금융사 가운데서는 삼성증권과 동부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이 나란히 2개 종목에 대한 공매도 보유잔고가 0.5%이상이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 공매도 공시 앞두고 줄어
종목별로는 유가증권 시장의 경우 OCI가 11.9%로 공매도 보유잔고 비중이 가장 높았고 호텔신라(10.59%), 삼성중공업(9.4%), 현대상선(9.37%) 순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셀트리온(9.4%), 메디포스트(5.6%), 바이로메드(5.4%), 씨젠(5.25%) 등이 공매도 잔고 비중이 5%를 웃돌며 가장 많았다.공매도가 취해진 전체 포지션 규모는 유가증권의 경우 10조4000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0.8%에 불과했고 코스닥 시장은 4조5000억원(2.2%)으로 절대적인 비중이 크지는 않은 모습이다.
공매도 거래대금도 지난달 1일 유가증권은 전체 거래대금의 6.3%, 코스닥은 1.9%였으나 지난 4일 각각 4.6%와 1.0%으로 줄어들며 공매도 공시를 앞두고 기존 투자자들이 공매도 잔고 비중 축소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대차잔고 역시 지난달 1일 51조원에서 4일 현재 48조3000억원으로 2조7000억원 감소했다.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제 첫날인 만큼 공매도 잔고 공시가 어느 정도 활용도를 가지게 될지는 지켜볼 일"이라며 "다만 유럽과 일본에서 제도 도입 후 공매도가 영향을 받았던 경험이 있고, 0.5% 기준도 실제 롱숏전략을 구사하는 외국인 및 헤지펀드 운용에 일정부분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는 수준인 만큼 아예 영향이 없는 조치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숏커버링 가능 종목 관심
시장에서는 공매도 공시법 시행에 따라 공매도 세력이 공시 부담을 덜기 위해 기존에 공매도했던 주식을 되사들이는 '숏커버링'에 나설 수 있는 종목이 투자 대안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기존에 대차잔고 비중이 높았던 종목의 경우 공매도 비중이 클 수 있고 이들에 대한 숏커버링이 유입되면서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을 노리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의 공매도 비중이 훨씬 높은 만큼 외국인이 활발하게 공매도했던 종목을 사들이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분석됐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 및 상위종목군을 살펴보면 외국인 보유비중이 높은 시가총액 상위주이면서 업황과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외국인 보유 상위종목 가운데 공매도 비중이 높으면서 업황 및 실적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잠재적인 숏커버링 매수가 기대되는 종목으로 LG디스플레이와 S-Oil을 주목했다.
다만 최근 공매도가 크게 늘어나지 않으면서 숏버커링이 강화될 시기는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개별종목 숏커버링에 대한 아이디어를 찾는 시도가 있을 수 있지만 공매도 공시가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시행이 예고된 사안인 만큼 드라마틱한 주가 변동이 생길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코스피200을 기준으로 보면 올해 들어 공매도가 과거 평균 이상으로 급증한 시기는 지난 1월과 5월로 지난 5월25일을 정점으로 공매도가 지속적으로 감소추세를 보였다. 브렉시트가 발생한 지난달 24일 이후에도 공매도가 늘지 않았다.
앞선 강송철 연구원은 "6월말 이후 거래 대비 공매도 비율은 오히려 과거 평균을 하회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숏 커버링을 염두에 둘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