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뻔했지만 그리 호락호락하지도 않았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방준비제도(Fed)는 1년만의 금리인상과 함께 내년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 2회 정도의 인상을 감안하고 주판알을 바쁘게 굴려왔던 시장도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 점도표 상향에 '화들짝'
미국 연준은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0~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10명의 연준위원이 만장일치로 내린 결과다. 그간 경기여건이 개선되고 고용시장안정과 물가 상승이 반영됐다.
그러나 예상밖의 결과도 있었다. 연준의 점도표(Dot Plot)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상향된 것이다. 점도표는 통계량의 크기를 점의 개수로 표현한 그래프로 연준 위원들이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찍어 표로 나타내면서 연준의 금리인상 전망을 엿볼 수 있다.
연준 위원들이 예상한 내년 금리인상 횟수는 당초 2회에서 3회로 수정되면서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까지 시장에서는 내년 금리인상 횟수를 2회 정도로 예상하고 이런 흐름이 바뀌지 않는다면 안도랠리가 가능할 것으로 내심 기대했었다.
이런 기대가 흔들리면서 뉴욕 증시는 하락했고 달러도 강세로 전환했다. 국내 증시도 하락세로 출발했다. 오전 9시37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8.51포인트(0.42%) 상승한 2028.36을 기록 중이다.
◇ 트럼프와 연준의 대립각 우려
연준의 점도표 상향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향후 정책 변화 전망이 반영됐다. 자넷 옐런 의장은 기자 회견에서 트럼프 집권에 따른 재정정책의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트럼프노믹스가 집권 시작 전부터 연준의 통화정책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대신증권은 "트럼프가 공약대로 재정투입 등을 비롯한 경기회복정책을 시행한다면 내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3번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KTB증권도 "트럼프의 재정정책 구체화 여부에 따라 연준 위원들의 정책금리 전망이 더 가팔라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옐런 의장이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면서 트럼프 정부와 연준과의 조화부터 옐런 의장의 거취까지 트럼프 당선 직후 제기됐던 연준을 둘러싼 불확실성 우려가 다시 불거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옐런 의장은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건 인프라 투자 등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히며 직접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 큰 그림은 길게 봐야
다만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우려가 더해졌을 뿐 실제로 연준이 3회 이상 금리인상에 나설지는 향후 경제 지표 추이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
옐런 의장도 내년 금리인상 속도는 매우 완만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소폭 상향조정됐지만 중장기적인 전망은 유지되면서 기존의 금리인상 기조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플레이션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중기적으로 여전히 2%선을 예상하고 있다"며 "당장 금리인상 기조가 크게 변화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전병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해 12월 첫 금리 인상 당시 연준은 올해 4회의 금리인상을 전망했고 결국 1차례에 그쳤다"며 "지난해 대비 올해 3회 인상 전망은 오히려 더 완화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을 점치기는 이르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