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봄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주가가 오르면서 거래대금이 늘어난 데다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이 급증하면서 겹호재를 맞았다. 지난해 4분기 증권사들의 발목을 붙잡은 채권금리 상승에 대한 면역력도 어느 정도 갖췄다는 평가다.
◇ 작년 4분기 대비 호전 '뚜렷'
증권사들은 지난해 증시 불확실성에 더해 4분기 이후 채권금리마저 급등하면서 대부분 고전했다. 일부 대형 증권사들은 합병 요인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대거 발생하며 대규모 적자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면서 증권가 분위기도 확 달라지고 있다. 5일 현재 FN가이드 기준 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메리츠종금증권 등 5개 증권사의 1분기 연결 기준 순익 전망치는 3251억원으로 전 분기 89억원보다 8배 이상 많다. 전년 대비로도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일회성 합병 요인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미래에셋대우 변수를 제외할 경우 작년 1분기와는 엇비슷하고, 전분기보다는 40%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증권사들의 전망도 유사하다. 대신증권이 제시한 증권사 4곳(삼성증권, 키움증권,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의 순익 전망치(연결기준)는 전분기보다 56.9% 늘고, 전년동기대비로는 7.8% 증가했다.
◇ ELS 조기상환 급증, 2015년 호황 데자뷔
무엇보다 ELS 조기상환이 급증하면서 효자 노릇을 했다. 증시 거래대금이 늘어나긴 했지만 수수료율 하락으로 브로커리지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을 전망이다. 올해 1분기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7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7조1000억원)보다 소폭 늘어났지만 비대면 계좌 무료 수수료 경쟁 등이 확대되면서 수수료율은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반면 ELS 조기상환이 작년 4분기보다 70% 이상 급증하면서 이익을 크게 끌어올렸다. 1분기 ELS 조기상환 규모는 17조2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04%나 급증했다. 증권사들의 실적이 급증했던 2015년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ELS가 조기상환되면 이연된 판매 수익이 한꺼번이 잡히면서 이익 레버리지를 높이게 된다. 여기에 조기상환된 만큼 재발행으로 이어지면서 ELS 관련 수익이 선순환을 이룬다. 정길원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ELS 발행은 꾸준했지만 상환이 정체되면서 잔액이 많이 쌓였다"면서 "이 가운데 글로벌 증시 상승과 함께 기초자산 가격이 회복되면서 한꺼번에 조기상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LS 조기상환 증가가 1분기 실적 호전의 주된 동력으로 꼽히는 만큼 ELS 발행 규모가 큰 대형사에 수혜가 집중될 전망이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 수준이 3개월 이상 유지된다면 대형사 수익 증가에 크게 반영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채권금리 덜 오르고 민감도도 낮아져
지난해 증권사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채권금리 상승 여파도 올해 1분기엔 주춤했다. 채권금리가 계속 오르긴 했지만 작년 4분기보다는 오름폭이 제한되고 채권금리 상승에 따른 손실 민감도도 낮아진 덕분이다. 실제로 지난 3월 말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67%로 작년 말보다 0.3%포인트 올랐지만 국고채 1년물의 경우 오히려 0.8%포인트 하락하는 등 금리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지난 3월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섰지만 앞으로 완만한 인상 기조를 확인하면서 채권시장도 안정을 되찾고 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연말 금리상승 우려가 집중적으로 반영된 후 점진적 인상 기조를 확인하면서 올해 1분기엔 채권평가손실 우려가 희석됐다"고 판단했다.
특히 지난해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 보유 물량을 줄이거나 포지션 변경에 나서면서 금리 민감도도 낮아졌다. 앞선 정길원 연구원은 "작년에 손실을 본 후 증권사들이 대부분 '베어 마켓(약세장)' 포지션으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제로 대형사들은 1~2월 소폭의 채권 트레이딩 이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