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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계약직' 많은데…증권사, 정규직 전환 '눈치'

  • 2017.05.29(월) 15:15

[인사이드스토리]성과주의 문화 강한 증권업 특성 이해 필요

새 정부가 들어선 후 걱정보다는 기대가 앞서는 하루하루입니다. 특히나 일자리 창출과 맞물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데요. 실제로 정규직 전환에 속도를 내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은행권만 해도 최근 정규직 전환 의사를 밝힌 곳이 꽤 됩니다.

 

하지만 반발이 없을 순 없는데요. 대기업들은 각각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비정규직 제로' 공약에 대해 연일 볼멘소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은행들과 엇비슷할 것 같은 증권업계도 마찬가지인데요. 이들의 고민은 대기업들과는 또 다르다고 합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이슈가 주목받으면서 가장 고민이 커진 증권사가 있습니다. 메리츠종금증권인데요. 메리츠종금증권은 증권사 가운데 계약직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1500명에 이르는 전체 직원 가운데 70% 가까이가 계약직에 해당하니 어마어마하죠.

 

다른 증권사들 역시 계약직 비중이 높은 편인데요. 계약직이 채 1%도 안 되는 삼성증권 같은 사례도 있지만 KB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 대부분은 계약직이 20~30%쯤 됩니다. 전체적으로 봐도 20%를 살짝 웃도는 수준인데요.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계약직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보니 시선이 한꺼번에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정규직 전환 여부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면서 걱정이 크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메리츠종금증권 계약직의 실체를 알고 나면 얘기는 조금 달라집니다.


바로 연봉 수준인데요. 본디 계약직의 경우 고용이 불안정하고 그만큼 임금이 낮기 마련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자 중 3분의 1인 644만 명이 비정규직인 것으로 조사됐고 이들이 받는 임금은 정규직의 66%에 불과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메리츠종금증권의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원에 육박하며 업계 2위로 집계됐습니다. 초고액 연봉자 하면 떠오르는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입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직원 평균 연봉이 높을 수 있는 비결은 성과에 따라 연봉이 지급되기 때문입니다. 기본급이 높지 않은 대신 성과가 높으면 그만큼 더 많은 급여를 챙길 수 있는 구조가 자발적인 계약직 전환으로 이어졌다는 평가인데요.

 

실제로 메리츠종금증권의 인센티브 구조는 다른 증권사들에 비해 파격적이고 계약직의 평균 급여가 정규직의 2배에 달합니다. 자발적 계약직의 좋은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덕분인지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2015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증권사 순이익 1위를 차지했습니다.

 

 

게다가 계약직의 경우 대개 고용이 불안정하기 마련이지만 전문직 종사자와 연봉이 5700만원 이상인 노동자의 경우 예외적으로 2년이 지나도 계약직 채용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고용부의 비정규직 근로자 대성 설문조사에 따르면 60% 가까이는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했다고 답했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비정규직 제로화는 공공부문의 국한된 얘기 같다"며 "은행은 공공영역에 가까워 보이지만 성과 자본주의 첨병인 자본시장에선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오랫동안 은행에서 일하다 증권으로 업무 권역을 옮겨보니 증권업계는 확실히 인센티브 제도가 활발해 더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것이 느껴진다는 또 다른 업계 관계자의 말도 곱씹어볼 부분입니다.  

 

물론 증권업계도 고용 불안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일부 증권사의 경우 최근 희망퇴직 접수에 나서고 있습니다. 증권 업황이 워낙 들쑥날쑥하다 보니 계약직 전환에 대한 두려움도 적지 않습니다. 고령화와 맞물려서 나이가 많은 직원일수록 정규직 전환을 원하는 분위기는 다른 곳과 비슷합니다.

 

다만 성과주의 문화가 강한 금융투자업계의 경우 그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좀 더 높아 보입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획일적인 접근보다는 차라리 고용 안정성을 높였으면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아무래도 큰 정책 흐름에서 접근하다 보면 세부적인 내용은 소홀히 하거나 정작 중요한 사항을 빠뜨리면서 뜻하지 않는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증권업계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라고 할까 노심초사하는 이유입니다. 정부도 업권별 특성에 따라 유연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하니 누구든 먼저 나서서 부화뇌동하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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