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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재활용 쓰레기' 경제학

  • 2018.04.06(금) 14:19

기저에 자리한 중국의 변화와 저유가 주목

요즘 재활용 쓰레기 대란으로 한바탕 난리입니다. 기자 역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안내문을 보고 이게 실화인지 놀랐는데요. 스티로폼과 폐비닐을 종량제 봉투에 넣어 따로 버리라니 당장 쓰레기봉투값이 아깝다는 생각보다 어디선가 썩지 않고 대량으로 방치돼 있을 재활용 폐기물 모습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주말 사이 십수 개씩 나오는 각종 비닐류를 따로 분류하면서 뭔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는데요. 비단 저만 경험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게다가 며칠 뒤 다시 정부가 나서 폐비닐을 다시 수거하도록 하겠다는 뉴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 무섭게 아직 재활용 쓰레기 수거 업체들과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후속 뉴스를 접하며 혼란이 가중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도대체 왜 하필 이런 일이 지금 발생하지?"란 의문의 들기 마련이죠. 실제로 재활용 쓰레기 대란 뒤에는 중국과 유가라는 문제가 자리합니다. 둘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는 항시 주목하는 재료들인데요. 되짚어보면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고 향후 전망까지 고려하면 간단치는 않아 보입니다.

 

 

예전에도 재활용 쓰레기 대란은 간헐적으로 있어왔습니다. 바로 유가 때문인데요. 재활용이 가능한 폐비닐과 플라스틱은 모두 석유화학 제품입니다. 당연히 유가 변동에 따라 가격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겠죠.

 

아시다시피 한동안 급등했던 유가는 최근 몇 년 사이 뚝 떨어진 상태에서 게걸음 중입니다.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휘발유 가격에 차 기름값 걱정을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국제 유가는 크게 떨어진 후 수년째 30~60달러 사이에서 등락 중입니다.

 

저유가 상황에서는 굳이 기존 제품을 수거해 재활용하기보다 새 제품을 만드는 것이 비용적으로 낫습니다. 당연히 재활용품 수거 업체들의 수익성도 떨어지기 마련이죠.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할 이유가 없어지는 셈입니다.

 

당장 유가 전망을 보면 가격이 급하게 오를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요. 공급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고, 미국의 셰일오일 혁명 등이 수급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축은 중국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제한 조치입니다. 중국은 2016년 산업 쓰레기, 전자 폐기물 및 플라스틱과의 전쟁 캠페인인 '내셔널스워드 2017(National Sword 2017)'를 벌이는데요. 수입품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 시진핑 정부의 목적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실제 2만2000톤의 수입 폐기물 압수에 나섭니다.

 

이후 지난해 7월에는 본격적으로 재활용 쓰레기 수입제한 조치를 결정합니다. 혼합 플라스틱류와 종이류를 수입하지 않고 오염도가 일정 수준으로 낮은 폐기물만 취급하기로 했고 지난 3월에는 관련 기준을 더 강화하고 나섰습니다.

 

이는 시진핑 정부 들어 강화되고 있는 환경 규제와 닿아 있습니다. 시진핑 정부는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환경 규제를 강화해 환경을 보호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서방국에서는 중국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 제한을 지저분한 서방 압박 수단이라고 비판하는데요. 이들이 아무리 뭐라 해도 중국이 변화하는 이상 큰 흐름을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중국을 대신해 재활용 쓰레기를 받아줄 수 있는 국가들 중에 중국만큼 '먹성 좋은 곳'을 찾기도 어려워 보이고요. 대타로 인도 등 다른 국가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 또한 중국의 선례를 따를 가능성도 큽니다.

 

중국은 자국 내 재활용 시스템을 육성할 계획으로 더 이상 재활용 폐기물 수입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2019년 말까지 점진적으로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의지도 밝혔습니다. 

 

결국 원자재 시장 사정이나 중국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병든 지구를 살리는데 일조할 재활용 쓰레기 활용은 계속 푸대접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만큼 처리 비용은 올라갈 테고요. 또 다른 무역분쟁으로도 번질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한 정부의 지혜로운 대책은 물론 재활용 쓰레기를 줄이거나 제대로 활용될 수 있는 깨끗한 재활용 폐기물 내놓기 등 우리의 인식 변화가 더 절실해진 지금의 현실을 직시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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