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MSCI)가 예상대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에 편입되면서 국내 증시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중국 A주 편입에 이은 사우디 편입으로 수조원 규모의 추가 자금 유출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다행히 중국 A주 중형주 편입이 불발되고 아르헨티나의 편입종목도 제한되게 됐지만 내년 후보로는 쿠웨이트가 추가되면서 한국 증시 부담은 계속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 사우디 편입…"한국선 유출 최대 6조원"
20일(현지시간) MSCI는 연간 시장 재분류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MSIC 신흥국 지수에 편입시켰다. 실제 편입 시점은 앞선 중국과 마찬가지로 편입 결정 다음 해인 내년 5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편입이 이뤄지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신흥국 지수 내 2.6% 정도의 비중을 차지할 전망으로 기존에 공시됐던 2.3% 포인트보다 높아졌다. 한국 주식 시장 비중은 0.4% 포인트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주식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자금 유출이 일어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MSCI 추종 자금을 1조달러로 가정할 경우 약 3조7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추정했다. SK증권은 이보다 큰 6조6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봤다.
앞서 중국 A주 5% 편입에 따른 비중은 0.73%였고 한국 비중 축소 규모가 0.12% 포인트였던 것을 감안하면 자금 유출 영향이 더 클 것이란 설명이다.
◇ 중국 A주 중형주 편입 불발됐지만…내년엔
그나마 우려했던 중국 A주 대형주의 확대 편입과 중형주 편입은 불발됐다. 아르헨티나도 신흥국 지수에 편입되긴 했지만 편입 종목이 제한되면서 그나마 한숨 돌렸다는 평가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중심으로만 편입 종목이 제한됐다. 다만 SK증권은 내년 5월 0.5%의 비중 편입 시 한국 증시에서 1조3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분석했다.
이 밖에 내년 신흥국 지수 편입 검토 대상으로 쿠웨이트가 추가되면서 중동 국가들의 위상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1992년부터 MSCI 신흥지수에 편입된 후 선진국 지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여간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NH투자증권은 한국은 여전히 선진국 지수 리뷰 리스트에 등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MSCI 패시브 이벤트에 따른 한국물 비중 축소는 점진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우려했다.
SK증권은 내년 6월 쿠웨이트가 추가될 경우 0.3%의 비중을 차지하게 돼 한국 증시에서 8000억원의 자금이 유출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