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KRX)가 거래소 회원 제명 위기에 몰린 KR선물에 대한 결정을 유예했다. 재무요건 미달이 지속되고 있지만 최근 최대주주 변경과 증권사 전환 가능성 등을 감안해 6개월간 시간을 더 주고 지켜보기로 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최근 재무요건 미달 사유가 지속되고 있는 KR선물의 추가적인 회원 조치를 6개월 뒤에 결정하기로 했다.
KR선물은 거래소 회원 재무요건인 자기자본 미달로 지난해 11월 경고 조치를 받았고 3개월 유예기간 후에도 재무요건 충족에 실패해 지난 3월 13일부터 6개월간 국내 장내파생상품 영업이 정지됐다. 이후에도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만큼 회원 자격 박탈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KR선물의 지난해 12월 말 자기자본은 80억원 수준으로 올해 상반기에는 60억원대까지 떨어졌다. 기존 파생상품 회원의 재무요건이었던 자기자본 100억원을 밑도는 것은 물론 올해부터 선물사들의 결제불이행 사태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 강화된 300억원의 자기자본 요건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KR선물은 지난해 35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올 상반기에도 12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며 자기자본이 감소하고 있어 앞으로도 거래소 파생상품 회원 요건 충족이 사실상 쉽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거래소는 KR선물이 이미 국내 장외파생상품 회원 자격이 정지된데다 해외 파생상품 결제 라인 역할을 계속 하고 있고, 최근 최대주주 변경과 함께 자기자본 요건이 훨씬 낮은 증권사로의 전환을 추진 중인 것을 감안해 유예기간을 추가로 주기로 했다.
증권사 인수합병 등으로 거래소 회원 감소가 자연스럽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회원 제명이 능사는 아니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때 40곳이 넘었던 거래소 주주 회원사는 34곳(거래소 자사주 및 우리사주조합장 제외) 으로 줄어든 상태다.
KR선물은 기존 최대주주였던 김성훈 대표가 금융 피라미드 관련 범죄로 징역형이 확정되면서 파산선고를 받았지만 지난달 현 이인혁 대표로 최대주주가 변경되면서 새 주인을 맞은 후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R선물은 '채권통'인 이인혁 대표 주도로 기존 파생상품중개업 중심에서 채권 매매업 인가를 통해 증권사 전환을 모색하고 있고 유상증자 등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장은 자기자본 확충이 어렵지만 증권사 전환 시 거래소 회원 규정 상 자기자본 요건이 100억원으로 낮아지게 돼 현재보다는 자기자본 요건 충족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거래소는 최대주주 변경 후 재무요건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어 일단 6개월간의 시간을 더 준 뒤에 회원 제명 등의 조치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