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채권 전문 증권사로 출범한 KR투자증권(옛 KR선물)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감자에 나선다. 올해 초 액면미달의 유상증자 추진으로 한국거래소가 제시한 재무 요건을 충족하긴 했으나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해서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R투자증권은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액면가 500원을 150원으로 조정하는 70% 감자를 결의했다.
일반적인 주식병합 방식이 아닌 액면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하다 보니 발행 주식수(1억2997만주)는 감자 이후에도 변함이 없다.
다만 자본금이 454억원(650억원→195억원) 감소한다. 이와 관련 KR투자증권은 오는 11월15일에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회사가 감자에 나서는 이유는 "결손 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다. 이 회사는 지난 6월말 기준 자본금(650억원)이 자본총계(156억원)를 웃도는 부분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KR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이인혁 현 대표이사로 최대주주가 바뀐 이후 선물사에서 채권금융 및 투자은행(IB) 특화 증권사로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 올해초 약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이 대표 등을 대상으로 한 제3자배정 방식이다.
채권 전문 증권사로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선 한국거래소로부터 채무증권 결제회원의 재무요건(자기자본 100억원 이상)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KR투자증권은 작년말에 채권투자매매업 인가를 얻었으나 자기자본 규모는 한국거래소 제시 요건에 못 미치는 53억원(작년말 기준)에 그쳤다. 이때도 누적된 손실 탓에 자기자본이 자본금(217억원)보다 작은 자본잠식 상태였다.
자기자본을 확대하기 위해 유상자를 신속히 추진했으나 이를 위해 신주 발행가를 액면가(500원)에 못 미치는 금액(120원)으로 할인해 발행하다 보니 약 330억원 규모의 자본 손실이 발생했다.
주식을 액면가에 미달하게 발행한 탓에 이익잉여금 등으로 갚아 나가야 할 이른바 '주식할인발행차금'이 생긴 것이다. 유상증자로 자기자본 덩치를 키워 채권 사업에 필요한 재무 조건을 달성하긴 했으나 재무 구조를 깔끔하게 개선하지 못했던 것이다.
KR투자증권은 전(前) 리딩투자증권 채권금융본부 전무 출신 이인혁 대표가 지난해 8월 기존 최대주주 김성훈 씨의 보유 지분 전량인 23.1%를 취득,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경영키를 잡은 회사다.
이 대표는 1992년 조흥증권에 입사한 뒤 부국증권과 한맥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을 거치며 채권영업에 주력했던 채권 분야 전문가다. 이 대표 취임 이후 KR투자증권은 올 2분기에 모처럼 4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전분기 6억원의 순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