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벤처캐피털 회사는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외면받아왔다. 벤처캐피털업계에 대한 경쟁 심화 우려와 함께 투자 관련 정보 공개가 투명하지 않다는 점이 이유였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벤처캐피털업계가 잇따라 IPO를 추진하면서 우려와 기대가 공존했다. 때마침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던 미래에셋벤처투자가 산뜻한 출발을 예고한 반면, KTB네트워크는 상장 철회를 공시하며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 미래에셋, 벤처캐피털의 IPO 역사를 다시 쓰다
13일 한국거래소는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코스닥시장 신규 상장을 승인했다. 매매 거래는 오는 15일부터 시작된다.
앞서 미래에셋벤처투자는 공모가격 희망범위를 3700~4500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수요예측에 국내외 기관 690곳이 참여해 경쟁률이 441대 1을 기록하면서 최종 공모가격이 최상단이 4500원으로 결정됐다.
이로써 미래에셋벤처투자 공모금액은 202억5000만원, 상장 후 시가총액은 공모가 기준 1380억원 수준이다. 높은 공모가에도 불구하고 지난 7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일반공모 청약에서도 1021.7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약 2조700억원의 청약 증거금이 모였다.
초반 열기는 지난해 말 상장한 벤처캐피털 회사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이번 IPO를 통해 실적 성장을 가속화하고 프라이빗에쿼티(PE) 사업과 글로벌 진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 KTB 상대적으로 위축됐나…앞선 공모주 부진도 영향
같은 날 KTB투자증권은 자회사인 KTB네트워크의 상장을 연기하겠다고 공시했다.
KTB네트워크는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로 지난해 11월1일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다. 상장을 예정대로 추진하려면 승인이 유효한 오는 4월 말까지 상장 신청을 해야 하지만 신청을 포기하기로 했다.
KTB네트워크는 "주식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와 이미 상장했거나 신규상장한 동종 업종의 기업 주가 변동 등을 감안할 때 기업공개의 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철회 이유를 밝혔다.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운용펀드 출자 재원 등 수익 창출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말 상장한 나우아이비캐피탈과 아주IB투자 등 동종 업종이 공모가 대비 주가가 부진하고 주식 시장 업황도 좋지 않아 목표한 금액을 조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벤처캐피털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가 미래에셋벤처투자로 쏠린 데다, 미래에셋벤처투자가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25%의 배당 성향과 정보공개 방안 등의 수준을 맞추지 못할 경우 시장에 어필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KTB네트워크는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추후 적절한 시기에 상장을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