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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막 내린 주총전쟁…"기업들 설움도 귀담아주길"

  • 2019.03.29(금) 16:56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무 인터뷰
"주주 경영진 간 차이 감안 못해 아쉬워"
"新외감법 피로해…극단적 시행착오 지양"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2월 결산 법인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끝나간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회사는 2018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 주주승인을 받고 이 내용을 담은 사업보고서를 4월1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29일이 주주총회를 열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최근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활발해지고 정부가 사모펀드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곤혹스러운 주총을 치뤘다. 지난해 말 신 외부감사법(외감법)이 시행되면서 기업과 감사인 사이 마찰음도 잦아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스트레스로 다가올 법한 일이다.

비즈니스워치는 주총 시즌을 마감하는 기업들의 소회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26일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무를 찾았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코스피 상장기업 770여 곳의 회비로 운영되는 기업이익단체다. 정 전무는 학계와 공인회계사회, IR협의회, 기업지배구조원, 국회입법조사처 등을 거쳐 온 상법 전문가다.

정 전무가 기자를 만나 가장 처음 뱉은 한 마디는 '아쉽다'라는 말이었다. 주주들의 관심사항이 회사 경영보다는 투자 차익 실현에 있는데 최근 쏟아지는 정책은 이를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이상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무

정 전무에 따르면 국내 소액주주들의 평균 주식보유기간은 코스피가 약 5개월, 코스닥이 약 3개월에 불과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1년에 많게는 서너 차례 주주가 바뀌는 셈으로, 소액주주들의 주요 관심은 단기 차익 실현에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주주총회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29일 코스피 상장사 이건산업과 일진다이아 신한 등은 의결권 미달로 감사 선임 자체가 무산됐다고 공시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 집계에 따르면 작년 76개사가 이 같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 숫자는 올해 154개, 내년 238개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감사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데 따른 영향이 크다. 제한되는 의결권을 메워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많은 소액주주들은 기업 경영 참여보다는 단기 시세 차익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참여율이 떨어진다.

지난해까지는 섀도보팅 제도가 이를 보완했다. 섀도보팅 제도는 주총에 출석하지 않은 주주들의 투표권을 실제 현장 출석 주주의 찬반 비율로 나눠 적용토록 한 제도다. 정족수가 미달돼도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 유용하게 활용됐지만 지난해 일몰 폐지됐다.

정 전무는 "정책 당국은 회사가 홍보를 열심히 해서 소액주주 참여를 독려하면 될 것이라고 하지만 경영진과 주주 사이의 괴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이상론만 앞세웠다"며 "현실을 감안해 출석 주주를 기준으로 의결 정족수를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현재 전자투표제 도입이 장려되고 있지만 작년 기준 상장회사 전체발행주식 대비 전자투표 참여 주식 비율은 4% 안팎에 그쳐 영향력이 미미한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전자투표제 의무화도 주장하지만 기업에 추가 비용이 따르는 데다 전자투표 도입이 주주 참여로 직결되리란 보장이 없다는 지적도 따른다. "몸에 좋다는 이유로 모든 사람에게 먹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인 셈이다.

정 전무는 "정부가 주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반영되기 쉽지 않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가장 중요한 기업 활동 중 하나인 주총이 성립될지 안될지 걱정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시행되기 시작한 신 외감법이 기업들에 피로감을 높이고 있다고도 전했다. 신 외감법은 기업의 회계처리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회계 관리제와 감사인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삼는다.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웅진에너지 등 많은 상장기업들이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은 배경 중 하나로 신 외감법 적용이 꼽히기도 한다.

그는 "제도가 획기적으로 바뀌는 데 따른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완화 조치를 더 폭넓게 마련했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기업 정책도 자리를 잡아가겠지만 너무 극단적인 시행착오는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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