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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행동주의 투자자…기업, '설득'의 미학 필요

  • 2019.05.03(금) 08:26

'기관투자자 적극적 주주권 행사' 세미나
지분 늘리기보다 설득 총력…'촉매' 역할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전략이 과거와 비교해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능한 한 많은 지분을 확보해 구조조정을 실시함으로써 주가를 높이려던 과거와는 달리 의결권 행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분으로 다른 주주를 설득하는 전략이다. 이에 맞춰 기업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자본시장연구원은 공동으로 서울 여의도에서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국내 현황 및 과제'라는 제목으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두 연구기관이 세미나를 공동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는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형석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과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원일제브라투자자문 대표이사 등의 발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연사들은 자본시장 내 기관투자자들의 역할 변화에 주목했다.

김형석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국내 민간 기관투자자의 주주활동 현황 및 전망'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최근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전략은 과거와 상당히 달라졌다"며 "이에 따라 새로운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 기관투자자 8곳이 상장기업 11곳에 올 정기주주총회 기간 동안 제시한 주주제안 34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이 타기업에 비해 월등히 높고 국내 기관투자자 지분율이 5% 이상인 기업들이 안건을 채택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김 연구위원은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상황에서 주주 제안이 다른 주주들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는 경우에만 효과적이었다"면서 "일종의 캠페인 형식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개 주주활동 결과 상장 펀드 가치가 크게 오른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과거 행동주의 투자자 전략이 경영성과가 저조한 기업의 지분을 가능한 한 많이 획득한 뒤 구조조정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최소한의 지분만을 보유한 채 다른 주주들을 설득시켜 안건을 관철시키는 전략으로 바뀌었다는 것.

그 결과 내부유보 현금이 많지만 기업 지배구조 수준이 낮아 주주행동에 나서면 배당금을 확대할 여력이 생기거나 현저한 경영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기업이 대상으로 지목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다.

과거와 달라진 또다른 점은 경영 성과가 우수한 대기업도 행동주의 투자자 행동 반경에 들어온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3월 행동주의 투자자 공격 대상으로 오르내린 기업은 현대차와 무학, 키스코 등이다. 정보가 많아 투자 위험을 파악하기 쉽고 사회 이슈화도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김 연구위원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과거 기업사냥꾼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행동주의 주주라고 부르면서 다른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촉진하는, 일종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이 경우 다른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과거와는 다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경영 현안을 공개하고 주요 주주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주기적으로 시행하면서 대응방안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국내를 찾는 해외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대응 마련도 시급해 보인다.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이사는 "현실적으로 국내 투자자 대다수는 단기 수익을 좇는 단기투자자"라며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와 기업의 대화 시도가 장기투자자를 확대하는 유력한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시행착오가 많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일정한 수준의 기업 규율 효과를 발휘한다"며 "기업도 합의 범위 내에서 상세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서 적극적으로 주주와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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