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이쉬언]섞어찌개, 짬짜면, 소맥 닮은 '메자닌'

  • 2019.04.24(수) 11:05

[이보다쉬운말로풀어준언론사는없다]
이태리 건축용어, 혼합·중간 의미 널리 활용
중위험·중수익 기대, 저성장·저금리시대 '딱'

경제기사 읽다 어려운 단어에서 툭툭 걸리던 경험 있을 겁니다. 가뜩이나 난해한데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를 낯선 용어가 난데없이 튀어나와 정신이 혼미해질 때 말입니다. '이보다 쉬운 말로 풀어준 언론사는 없다', 줄여서 이쉬언은 금융투자 업계에서 자주 쓰이는 개념을 독자에게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하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뱀파이어에게 물린 산모가 출산 직전 병원 응급실로 실려와 아이를 낳았으나 끝내 사망한다. 뱀파이어와 인간의 혼혈로 태어난 아이는 자라서 악한 흡혈귀를 사냥하는 어둠의 영웅이 된다.

웨슬리 스나입스가 1998년에 출연한 액션 영화 '블레이드(Blade)'의 줄거리입니다. 주인공 블레이드는 인간과 뱀파이어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어 초인적 능력을 발휘합니다. 이종 결합의 하이브리드적인 존재이기에 다른 흡혈귀와 달리 한낮에도 돌아다닐 수 있죠. 이로 인해 데이워커(Daywalker)라고 불리는데요.

금융투자 업계에서도 서로 다른 요소의 특징을 결합한 전략이나 기법이 있습니다. 마치 짬짜면이나 소맥 같이 두 가지의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중간적 특성을 갖춘 것 말입니다. 이를 `메자닌(Mezzanine)'이라 부르는데요. 메자닌 대출이나 메자닌 채권, 메자닌 펀드 같이 '메자닌 OO'라는 경제 용어를 한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얼마전 대형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는 홍콩의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란 오피스 빌딩의 메자닌 대출에 2억4300만달러(우리 돈 28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습니다. 은행이 아닌 증권사가 대출을 하는 건 뭐고, 메자닌은 또 뭐야. 이렇게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들이 있을텐데요.

우선 증권사들은 본업인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를 벗어나 부동산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빌딩 같은 부동산 자산에 투자한다는 것인데요. 즉 은행처럼 대출을 해주고 건물로부터 걷는 세금, 즉 매달 따박따박 나오는 임대료로 돈을 버는 겁니다.

미래에셋대우가 메자닌 대출 투자에 나선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실물자산에 투자하면 건물을 담보로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잘못되더라도 원금을 몽땅 날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형 오피스 빌딩은 불경기에도 공실률 위험이 적은 편이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증권사들은 부동산을 넘어 항공기나 인프라, 발전시설 등에도 투자하는데요. 이를 대체투자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주식이나 채권, 현금자산, 파생상품과 같은 증권사 전통적인 투자자산군에 포함하지 않는 다양한 대상에 대한 투자를 의미합니다. 미래에셋대우는 주로 국내외 부동산 투자에 공을 들이면서 관련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메자닌, 1·2층 사이 공간 의미..'건축 용어'
안정성과 수익성 두마리 토끼잡는 투자법

미래에셋대우가 홍콩 빌딩에 투자할 때 활용한 메자닌 대출이란 뭘까요. 간단히 말해 위험도와 기대수익률이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중간 단계의 대출을 의미합니다.

부동산 대출에는 수백억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적지 않은 자금이 투입되는데요. 이로 인해 다수의 투자자들이 참여합니다. 이번 홍콩 투자 건에도 미래에셋대우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도이치뱅크 등 여러 투자자들이 공동으로 자금을 댔습니다.

자금은 몇단계로 분류할 수 있는데요. 파산했을 때 변제 받을 수 있는 순위에 따라 이른바 선순위-중순위-후순위로 나눕니다.

보통 선순위 대출은 금융투자업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은행이 맡습니다. 이들은 건물 자체를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 주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원금을 건질 수 있습니다. 대신 기대 수익률이 낮습니다. 보통 3% 안팎이라고 합니다.

중순위(메자닌) 대출은 건물주의 증권 등을 담보로 삼는데 수익률이 다소 높습니다. 보통 홍콩 지역에서 중순위 대출 투자를 하면 8~9%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은행보다 자금 조달 비용이 높은 증권사들이 더 나은 수익을 얻기 위해 중순위 대출에 참여하는 것이죠.

가장 위험한 후순위 대출은 전문 투자자들이 참여하는데요. 위험을 모두 감수해야 하는 만큼 수익률이 높습니다.

여기서 메자닌 대출은 선순위와 후순위의 중간 단계를 의미하는데요. 이탈리아 건축용어로 메자닌(Mezzanine)은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테라스나 발코니 같은 공간을 뜻합니다. 중간이라는 '미들(Middle)'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메자닌 대출은 미국의 증권사들이 주로 사용하던 대체 투자 기법이라고 합니다. 저성장,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뭉치돈들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서 돌파구를 찾으면서 활발해졌다고 하는데요.

리스크는 채권보다 높지만 주식보다 낮고, 수익률 역시 채권보다 높으나 주식보다는 낮아 안정성과 수익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투자법이라는 점에서 국내 증권사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메자닌은 금융투자 업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 발행하는 주식, 사채도 두 가지 성격을 결합해 만든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의 혼합종으로 파생되는데요.

이들은 채권 형태로 발행되지만 투자자가 원하면 정해진 조건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사거나 다른 주식으로 맞바꿀 수 있습니다. 이 같은 하이브리드적인 증권을 메자닌 채권이라고 부릅니다.

이 외에도 상환우선주(RPS)와 전환상환우선주(RCPS) 등이 있는데 이름처럼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으나 맥락은 비슷합니다. 주식과 사채가 짬뽕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혼합종의 금융상품만을 포트폴리오로 구성하는 펀드를 메자닌 펀드라고 부릅니다. 주식은 두렵고 채권은 성이 안차는 투자자라면 두 가지를 섞어 놓은 혼합 상품에 관심을 가져볼 만 합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