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DF 시장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시장 선두를 유지해온 가운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규모 격차를 500억원대로 좁히면서 선두 탈환에 나설지 주목된다.
TDF 경쟁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본격 도입되기 전 시장 선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시장에서는 활발한 경쟁을 통해 다양한 상품이 등장하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10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선보인 12개 TDF 펀드 운용규모가 지난 7일 기준 6007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TDF 펀드를 대대적으로 선보인지 불과 2년 만에 6000억원대로 설정액을 끌어올린 것이다.
TDF 펀드 분야 선두 업체로 꼽히는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현재 총 운용규모는 약 6580억여원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17년 TDF 펀드를 출시할 당시 두 운용사 간 규모 격차는 1000억여원이었는데 2년 만에 580여억원으로 좁혀졌다.
TDF는 투자자의 생애주기와 예상 은퇴 시점에 따라 자산별 투자 비중을 자동 조절하는 상품이다. 은퇴 시점에 근접할수록 주식이나 신흥국 자산 등 위험자산 비중을 낮추고 채권이나 선진국 주식 등 안전 자산 비중을 높여 수익을 극대화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TDF 시장 규모는 1조4000여억원에 달한다.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운용에 디폴트옵션 제도가 도입된 후 적격 운용 상품으로 TDF 펀드가 등재될 경우 TDF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정책 당국은 디폴트옵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 운용사 입장에서는 TDF 펀드 시장을 선점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해 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대규모 자금이 풀리기 전 운용 여력을 확보해 놓는다는 차원에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내부적으로 TDF 시장 1위 탈환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영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기존 연금 펀드에서 TDF 펀드로 자금이 이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줄어든 공모펀드 비중을 TDF 펀드로 만회하려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선두업체도 가만히 있을리 없다. TDF 1위 아성을 유지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은 올해 들어 그룹 내 금융 계열사로부터 대규모 자금이 TDF 펀드로 유입되는 등 선두를 지켜내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여러 운용사에서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는 것은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올해 들어 소형 운용사들의 TDF 시장 합류가 잇따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이 출시한 독자운용 TDF도 주목받는다. 국내 출시된 TDF 펀드 상당수는 해외 운용사 상품을 그대로 가져와 자금을 투입하는 식으로 운용되면서 국내 투자자 생애주기와 맞지 않고 성과 부진 시 책임 소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독자운용 TDF는 고객관리에 필요한 운용정보가 판매사에 신속하게 제공될 수 있고 환율 등을 고려해 운용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해외 운용사에 비해 TDF 펀드 운용 경험이 짧은 것은 노하우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수익률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올 들어 현재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펀드는 신한BNP의 '마음편한TDF2040(주혼-재간점)'으로 수익률은 13.88%다. 이밖에 현재 출시된 TDF 펀드 중 절반가량이 연 초 이후 5%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TDF 펀드 특성 상 장기수익률로 따지는 게 맞지만, 국내에 TDF 펀드가 소개된 시기 상 최근 수익률만 성과 측정이 가능하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도 TDF 펀드에 자금을 상당량 투입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 수익률 지표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일각에서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TDF 펀드는 자산 배분 측면에서 위험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TDF 펀드도 결국 원금 보전이 되지 않는 투자 상품이라는 점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경제 상황에 따라 성과가 부진해질 수 있는 위험성은 언제나 상존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