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예탁 및 매매 결제 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이 10년간 들고 있던 자사주 4만여주 가운데 일부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긴다.
자사주는 전체 발행 주식의 1%에 못 미친 미미한 규모이긴 하나 보통주 전환을 통해 의결권 및 배당권이 모처럼 부활된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인다.
4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개최한 이사회에서 자사주 중 일부를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하는 안건을 논의했다.
예탁결제원에는 작년말 기준 최대주주인 한국거래소(지분율 70.43%)를 비롯해 코스콤과 유화증권 등이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울러 우리사주조합과 자기주식도 다른 금융기관 및 금융투자사들과 함께 주주명부를 구성하고 있다.
예탁결제원이 비록 1%에 못 미치는 수준이긴 하나 자사주를 보유하게 된 것은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일부 주주사들의 파산이 계기가 됐다.
당시 예탁결제원의 주주명부를 살펴보면 한국거래소와 코스콤 외에도 증권업협회(현 금융투자협회)와 한국증권금융을 비롯해 64개 금융투자사(보유 주식 157만주, 지분율 24.88%)가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이 가운데 3개 금융투자사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파산하면서 예탁결제원에 보유 주식을 사달라고 주식매수를 청구했다. 이에 예탁결제원이 총 28억원(주당 7만1000원)을 들여 거둬들인 주식이 지금의 자사주다.
예탁결제원이 10년간 들고 있던 자사주가 우리사주에 넘어감에 따라 의결권은 물론 배당권이 부활하게 됐다.
우리사주가 자사주 전체를 가져가면 지분율은 지금의 0.88%에서 1.26%로 소폭 증가한다. 9만여주의 보유주식 수는 13만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배당 수익도 소폭 늘어날 전망이다. 1974년 설립된 종합증권서비스 기업 예탁결제원은 증시에서 거래되는 주식, 채권 등의 증권을 대신 맡아 관리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작년 영업수익(2258억원) 가운데 독점적 사업인 예탁결제(예탁수수료+증권회사수수료)로 벌어들인 수익(1178억원) 비중은 52%로 절반을 넘는다. 예탁결제원은 든든한 수익에 기반해 매년 적지 않은 규모의 배당을 꼬박꼬박 하고 있다.
지난 해에는 모처럼 호실적을 바탕으로 역대급 배당금을 주주에게 쥐어준 바 있다. 2018사업결산으로 책정한 주당 배당액은 3180원, 배당총액은 333억원으로 전년(273억원)보다 60억원 가량 증가한 금액이다. 지난해 우리사주에 할당된 배당금은 3억원 가량이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신입직원수가 크게 늘었고 전자증권제의 성공적 시행 등을 감안해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키로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