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임직원 보수총액을 전년보다 깎은 것으로 나타났다.
철저한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임직원에게 확실한 보상을 챙겨주는 것으로 유명한 메리츠증권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25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임직원 1431명에게 지급한 보수총액은 전년 1983억원보다 약 100억원 줄어든 1887억원이다.
지난해 계열사 실적을 걷어낸 별도 기준 세전이익(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이익)이 무려 8000억원에 가까운 7771억원으로 역대급 성적을 거뒀으나 임직원에게 돌아갈 보수가 늘어나기는 커녕 오히려 쪼그라든 것이다.
지난해 1인당 평균 보수는 1억3000만원으로 전년 1억4000만원보다 1000만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임직원수가 전년 1451명보다 소폭 줄긴 했으나 최근 수년간 보수총액이 임직원수 변동과 상관없이 꾸준히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철저한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임직원에게 두둑한 보수를 쥐어주는 곳으로 유명한 메리츠증권이 갑자기 야박해진 것도 물음표를 던지게 한다.
메리츠증권은 2011년부터 성과주의 문화 정착과 회사에 대한 직원의 주인의식 제고, 성과 공유 취지로 경영 성과급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직원 개개인이 벌어들인 수익의 상당부분을 성과급으로 지급, 역량 있는 선수들을 외부에서 공격적으로 끌어 모으면서 고공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메리츠증권은 작년 상반기 증권가에서 15억원 이상 고액 연봉자를 가장 많이 배출했다. 국내 23개 증권사 가운데 이 기간 15억원 이상을 받은 전체 증권맨은 총 13명, 이 가운데 메리츠증권 소속은 5명으로 미래에셋대우(2명)와 한국투자증권(2명) 등 다른 쟁쟁한 대형사를 제치고 가장 많았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 순위로 메리츠증권은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에 이어 3위다. 순이익 지표로는 여의도 증권가에서 단연 메이저다.
어느 때보다 부풀어 오른 재무 성적이 무색하게 임직원 보수총액이 돌연 줄어든 이유는 뭘까. 회사측에 따르면 성과보수 이연(한번에 몰아주지 않고 몇년에 걸쳐 나눠서 제공) 규모가 부쩍 확대되면서 나타난 일종의 착시 현상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에 힘입어 임직원에게 지급한 실제 보수 총액이 전체적으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중개업무보다 기업금융(IB)에 역량을 집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중개업무 담당 인력은 감소한 반면 IB 인력은 늘어났다.
원래 중개업무 담당 임직원에는 성과급을 이연해 지급하지 않는 반면 IB에는 이연을 하다보니 2019년도 보수총액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메리츠증권은 성과보수규정에 따라 임원의 경우 성과보수액 가운데 최대 절반까지 현금으로 한번에 지급하며 나머지는 3년 혹은 9년간 이연해 지급하고 있다.
또한 금융투자업무 담당자는 성과보수액의 규모에 따라 40~60%를 현금으로 일시에 지급하고 나머지는 3년에 걸쳐 나눠 주기도 한다.
재무제표상으로도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최대 실적에도 인건비가 전년보다 홀쭉해지면서 비용 부담이 줄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별도 기준 인건비는 2725억원으로 전년 3004억원보다 9% 가량 감소했다.
판매관리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축소된데다 주력인 IB와 자산운용(트레이딩) 등에서 견조한 이익 성장을 거두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은 7229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54%나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