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주식시장이 연일 급락 장세를 연출하자, 개별 종목도 낙폭을 키우며 일부 종목은 상장 폐지 위기에 처했다.
특히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등 한화금융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상장폐지 요건인 액면가 20% 수준에 도달해 위기감이 확대되고 있다.
◇ 한화생명·한화손보, 액면가 20% 미달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778개 종목 가운데 전일(19일) 종가 기준 83개 종목 주가가 액면가에 미달했다. 이중 상장 폐지 기준인 액면가의 20%에 미달하는 종목은 한화손해보험, 한화생명, 웅진에너지 등 3개 종목으로 집계됐다.
또 한화투자증권, 쌍용차, 유진투자증권, LS네트웍스, 흥국화재, 유안타증권 등도 액면가의 20% 수준에 근접하면서 위기감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한화투자증권 종가는 1005원으로 액면가(5000원) 20%에 가장 근접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47조에 따르면 보통주권의 종가가 액면가액의 100분의 20 미만인 상태가 거래일 기준 30일 동안 계속되는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단, 30일 동안의 평균 상장시가총액이 500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예외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후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48조에 따라 지정 후 90일 이내에 지정 사유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상장 폐지에 이른다.
◇ 한화금융주 '비상'…자사주 매입에도 역부족
특히 한화그룹은 금융 계열사들이 액면가 20% 기준에 한꺼번에 도달하면서 난감한 상황이다.
한화생명의 경우엔 19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7964억원으로 시총 5000억원 이상이라 당장 관리종목 지정은 면할 수 있지만, 한화손해보험과 한화투자증권은 시총이 각각 1127억원, 2156억원으로 1000원 미만에서 종가가 이어질 경우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를 피할 수 없게 된다.
한화생명 역시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자체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지난해 개별 영업손익이 1395억원 손실을 기록한 상황에서 핵심 자회사인 한화손해보험이 지난해 690억원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어려움에 처해 한화생명 실적과 주가에도 영향을 주는 상황이다.
한화생명은 최근 또다른 자회사인 한화자산운용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해 운용이 해외투자에서 성과를 낼 경우 수익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운용 역시 지난해 순이익이 170억원으로 2년째 감소세다. 이대로라면 한화생명의 시총도 상폐 요건인 5000억원 기준에 미달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각사는 자사주 매입에 돌입했다. 한화생명의 여승주 사장과 주요 임원이 이달 들어서만 16만여주를 사들였고, 한화손해보험 역시 이번달 임원 등 주요주주가 6만4300주를 장내 매수했다. 한화투자증권은 권희백 대표이사 4만3700주를 포함해 경영진이 자사주 21만2773주를 매입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최근 주가 급락은 코로나19로 인한 전반적인 경제 위기로, 한화투자증권을 포함한 금융계열사는 대표이사와 경영진들이 자사주를 매안하는 등 주가부양을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업종을 중심으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대거 액면가에 미달하고 있지만 자사주 매입 등 주가 관리도 통하지 않는 시장"이라며 "한화의 경우엔 금융 계열사가 많고 계열회사 상단에는 한화생명이 있어 연쇄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악의 경우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50조2항에 따라 천재지변, 전시사변, 그 밖에 경제사정의 급격한 변동으로 시장 관리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위의 요건을 적용하지 않는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폐지 조항은 종가가 액면가 20% 아래로 30일 연속 이어져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후에도 90일 연속 이어져야 적용하는 까다로운 조건이기 때문에 발생하기 어렵다"며 "이번 시장에서 특례 조항을 적용할 필요성은 아직 못 느끼지만, 특례를 적용한다면 개별 기업이 아닌 시장 전체로 봐서 일정기간 유예해 줄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