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실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한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어음(CP) 등 단기자금시장의 경색 우려가 커지자 돈을 풀기로 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24일부터 한국증권금융과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신영증권, NH투자증권 5곳을 대상으로 RP매입을 실시키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글로벌 증시가 연일 급등락하면서 증권사들이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마진콜(margin call, 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이 발생한데 따른 대응이다. 한은은 우선 기일물(14일물 또는 28일물) RP 매입을 실시할 예정이다. 전체 매입 규모는 아직 미정이다.
환매조건부채권이란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 확정금리를 보태어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환매기간이 일주일이라면 발행자가 채권을 7일이 지나 다시 사들이는 조건으로 매입하는 구조다.
한은이 RP 매입에 나서는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단기자금 조달금리가 상승해 자금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해외 주가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ELS를 운용할 때 자체 위험회피(헤지)를 위해 해당지수의 선물 매수 포지션을 취한다. 최근 글로벌 주요 지수들이 전달보다 30% 넘게 떨어져 관련 ELS 상품들이 줄줄이 손실구간에 진입하면서 추가로 증거금을 내야 했다.
당장 현금이 급해진 증권사들은 기업어음(CP)와 환매조건부채권(RP)을 내다팔고 달러를 매수하며 마진콜 요청에 응하고 있다. 마진콜 규모는 증권사별로 다르지만 적게는 8000억원부터 많게는 1조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단기자금을 CP 등으로 조달하고 있는데 최근 어려워지면서 유동성을 직접 공급해 CP 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19일에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신영증권 NH투자증권, 한국증권금융을 대상으로 1조원 규모의 RP 매입 경쟁 입찰을 시범적으로 실시한 바 있다. 24일에는 이보다 규모를 확대해 추가로 RP를 매입할 방침이다.
또 한은은 현행 5개 비은행기관 외에도 통안증권 대상 증권사 7곳 및 국고채전문딜러(PD)로 선정된 증권사 4곳 등을 RP 매입 대상 기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대형 증권사들이 대부분 포함됨에 따라 유동성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들 자금 사정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한은은 기대했다.
RP 대상증권도 현행 국채와 정부보증채,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 은행채에서 추가로 일부 공기업 특수채까지 확대할 예정이며 한은 대출담보증권도 은행채 및 일부 공기업 특수채까지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