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의 거침 없는 질주에는 브레이크가 없었다. 올해 1분기에만 500억원 이상의 이익을 벌어들이며 운용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역풍을 무색케 했다.
미래에셋의 독주와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의 각축이 어느정도 예상된 결말이었다면 4위까지 무섭게 치고올라온 NH아문디운용의 기세는 반전이랄 만하다. 단기금융상품으로 자금이 유입된 덕분인데 일시적인 코로나 효과일지 업그레이드 된 순위를 올해 내내 굳혀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28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운용자산 20조원 이상의 11개 자산운용사의 1분기 별도 순이익은 107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1024억원보다 54억원 가량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전체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은 1152조25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는 전년 동기 1056조6700억원 보다 95조5800억원(9.0%) 증가한 수치이기도 하다.
1분기 실적 시즌의 주인공은 어김없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이었다. 코로나도 1등 DNA를 꺾지 못하며 521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406억원 보다 115억원 증가한 수치다. 첫 스타트부터 무난한 출발을 보이면서 올해도 순이익 1000억원 고지를 미리 예고하는 모습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작년에 매각한 독일 쾰른시청사 매각보수가 이번 1분기에 반영됐다"며 "해외 법인 및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비즈니스에서도 수익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타깃데이트펀드(TDF·Target Date Fund)를 중심으로 한 연금펀드, 타겟인컴펀드(TIF·Target Income Fund) 등 안정형 상품 등을 비롯해 다양한 유형에서 나온 운용보수도 호실적의 밑바탕이 됐다.
삼성자산운용은 143억원의 순이익으로 전년(143억원) 수준을 유지하며 2위 자리를 지켰다. 오는 8월 삼성헤지자산운용과 흡수합병을 앞두고 지난해 거둔 분기 사상 역대 최대 실적에 준하는 순이익을 유지했다.
삼성자산운용의 순이익 규모를 천만원 단위까지 비교했을 경우 지난해 1분기 142억6100만원에서 올해는 143억2200만원으로 소폭의 성장세를 기록, 혹독한 시장 상황 속에서도 선전했다는 평가다.
KB자산운용은 톱3 트로이카 중 코로나19에 대한 내상을 가장 크게 입었다. 순이익 1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130억원에서 22억원 가량 떨어졌다.
펀드 평가손익에서 손실이 대거 발생한 게 발목을 잡았다. 손실액만 180억원 넘게 발생하며 실적 감소의 주범이 됐다.
4위부터는 순익 규모가 크게 줄어들지만 NH아문디자산운용이 4위까지 치고 올라오며 반전을 만들었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61억원으로 작년 44억원 보다 17억원 더 벌어들였다.
단기금융, 파생형 및 부동산 펀드에서 운용자산(AUM, 설정원본 기준)이 증가한 게 실적 개선 동력으로 작용했다. 단기금융 상품의 경우 지난해 1분기 동안 2400억원 가량의 자금이 유출됐지만 올해에는 2조5000억원 들어오며 반전했고, 같은 기간 파생형 펀드도 1억원에서 6200억원으로 유입액을 늘렸다.
부동산형 펀드도 지난해 1분기 182억원이 들어오는데 그쳤지만 올해 1분기에는 1923억원이 몰리는 등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한국투신운용)과 신한BNP자산운용, 키움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은 나란히 순이익 규모가 감소했다. 이 기간 한국투신운용은 86억원에서 58억원으로 후퇴했고,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55억원에서 47억원으로 8억원 줄었다. NH아문디자산운용 순위가 오르면서 두 회사 모두 순위가 한 계단씩 밀렸다.
한때 상위권을 넘봤던 한화자산운용은 회복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순익 규모가 지난해 1분기 52억원에서 28억원까지 내려앉으며 순익 감소 규모가 가장 컸다. 그나마 위안은 전 분기 대비로는 16억원 증가했다는 점이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해 내내 50억원 수준의 순이익 레벨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4분기 10억원 대로 밑으로 떨어졌다.
교보악사자산운용, 흥국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 등은 상대적으로 '언성히어로'였다. 녹록지 않은 영업 환경 속에서도 소폭이나마 발걸음을 앞으로 내디뎠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의 지난해 1분기 순이익은 25억원이었지만 올해 27억원으로 끌어올렸고, 흥국자산운용은 22억원에서 27억원, 하나UBS자산운용은 14억원에서 19억원으로 이익 규모를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