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독무대였다. 내용은 더욱 화려했다. 운용 업계 사상 최초로 순이익 2000억원 고지를 넘어서며 10년 이상 1위 자리를 수성했다. 이 같은 괴력에 선두권 경쟁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더욱 확대됐다. 경쟁사들이 추격의 고삐를 죄고 있지만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중·하위권에서는 키움자산운용이 깜짝 실적을 올리며 분전한 가운데 NH아문디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은 2019년에 비해 이익 규모가 감소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신한자산운용은 사명 교체 후 준수한 출발을 알리는 등 운용사 전반에 걸쳐 개선된 이익 체력을 증명하며 한해를 마무리했다.
◇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상 최대 실적…경쟁사 격차 확대
22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운용자산 20조원 이상인 11개 자산운용사의 잠정 별도 순이익은 5418억원으로 직전연도 같은 기간 3845억원 보다 약 1573억원 가량 증가했다.
작년 말 기준 전체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은 1200조6100억원으로 전년 말 1139조3900억원보다 약 61조2200억원(5.4%) 증가했다. 고객이 투자한 돈인 펀드 수탁고는 691조9100억원이며, 전년 649조6200억원 대비 42조2900억원(6.5%)늘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운용)의 순익 기여도가 상당한데, 2020년 홀로 역대 최대 규모인 2564억원을 쓸어 담으며 전체 규모에서 47%가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2019년 기록한 1384억원에서 무려 1200억원 가까이 증액되면서 순이익 순위 1위 터줏대감의 면모를 과시했다.
미래에셋운용은 수수료 수익 및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의 성장세가 이어진 결과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지분법 손익 및 염가매수차익 또한 발생한 게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결과물을 낳았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운용자산(AUM) 증가를 바탕으로 운용사들의 주 수입원인 수수료 수익이 늘었다"며 "작년 말 기준 65조원이 넘는 글로벌 ETF 비즈니스의 성장세와 홍콩, 인도 등 해외법인들의 견조한 실적도 큰 보탬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생명의 지분 보유 및 추가 취득에 따른 지분법 손익이 증가했고, 염가매수차익 등도 발생한 게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라이벌 삼성자산운용(삼성운용)과 KB자산운용(KB운용)도 꾸준한 성장세를 과시했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광폭 행보에 격차를 줄이는 데 실패했다. 삼성운용의 경우 2017년 이후, KB운용은 2018년 이후 해 마다 이익 규모를 늘리는 데 성공하는 등 내실 있는 실적 DNA를 입증하고 있다.
삼성운용의 지난해 순이익은 707억원으로 2019년 538억원 보다 169억원 가량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수수료 수익 및 ETF 사업 호조가 실적 업그레이드에 중심 축 역할을 했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주식시장 상승세에 따라 전체적인 수수료 수익이 늘었다"며 "세부적으로는 ETF 사업 수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3위 KB운용 551억원 잠정 순이익을 거두면서 삼성자산운용을 바짝 추격했다. 이는 2019년 455억원 보다 96억원 증액된 이익 규모로, 이현승 KB자산운용 단독 대표 하에서 비교적 무난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첫 실적 시즌을 마무리했다.
KB운용 관계자는 "대체투자 쪽 수탁고가 늘면서 전체적인 운용 수수료 수익이 증가했고, 성과도 양호해 관련 보수도 전보다 늘었다"고 말했다.
◇ 키움자산운용 '깜짝' 실적…한투운용 위협
중위권에서는 키움자산운용(키움운용)이 깜짝 실적을 내놓으며 한국투자신탁운용(한투운용)의 4위 자리를 위협했다. 한투운용은 재작년보다 순이익 규모가 오히려 축소되며 상위권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고, 경쟁사에게는 추격의 빌미를 허용했다.
2020년 한투운용의 순이익은 354억원으로 2019년 404억원 대비 50억원 가량 감소했다. 이는 2018년 기록한 355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실적이 3년 전으로 회귀하는 부진을 겪었다. 코로나19 여파가 실적 감소에 크게 작용했다. 실적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의 출시 여건을 마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2019년에는 실적 기여도가 상당한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를 5개나 출시하는 등 영업환경이 좋았던 게 사실"이라면서 "다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에는 상황이 급변했는데, 관련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안 되다 보니 이익 규모가 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 한투운용을 따돌린 적 있는 키움운용은 연간 기준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며 중·상위권 안착에 성공했다. 금융지주 계열인 신한자산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을 따돌린 것도 주목할만 하다. 작년 집계된 순이익은 281억원. 2년 전 174억원 보다 107억원 가량 늘었고, 2018년 보다는 127억원 성장했다.
타 운용사와 마찬가지로 운용보수의 증가가 실적 효자노릇을 톡톡히 한 가운데, 대체투자 및 공모펀드 사업에서 선전한 게 이번 실적의 근간이 됐다.
키움운용 관계자는 "수탁고 증가가 자연스럽게 운용보수 확대로 연결됐다"며 "구체적으로로 채권, 대체투자 쪽 시장 상황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선전했고, 카카오 채널을 통해 판매된 공모펀드가 여러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으면서 자금 유입액이 확대된 게 주요했다"고 진단했다.
최근 사명을 교체한 신한자산운용(신한운용)도 성장세를 이어가는 데 성공했고, 전통의 한화자산운용도(한화운용) 2년 만에 200억원 고지를 탈환하는 등 지난해 유의미한 활약을 펼쳤다. NH아문디자산운용(NH아문디운용)은 역성장하며 아쉬움을 남긴 채 한해를 마감했다.
신한운용의 2020년 연간 순이익은 267억원으로 재작년 234억원 보다 33억원 증가했고, 한화운용도 206억원을 기록하며 200억원 대 밑으로 내려간 지난해 부진을 말끔히 만회했다. NH아문디 자산운용은 2019년 217억원의 성과를 올렸지만 지난해에는 205억원 수준으로 미끄러지며 한화운용과 자리바꿈에 실패했다.
◇ 흥국자산운용 순항, 하나UBS운용 난항
하위권에서는 큰 변동이 없는 가운데 흥국자산운용(흥국운용)이 한 계단 뛰어올랐다. 흥국운용은 2014년 이후 2017년까지 순이익 규모가 100억원 육박하는 등 착실하게 실적 성장을 했다. 2018년에는 70억원 수준으로 규모가 줄기도 했지만 어느덧 2017년 수준에 다가서고 있다.
2020년 흥국운용이 거둔 순이익은 86억원. 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운용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3년 연속 이익 성장에 성공했다.
반면, 하나유비에스자산운용은 같은 기간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18년 만해도 100억원이 넘는 규모를 자랑했지만 작년에는 8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2019년 93억원에서 14억원 감소한 79억원을 기록,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은 지난해 대비 20억원 증가한 118억원을 벌어들였지만 하위권 탈출에는 역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