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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사고는 '계획 사기극'…NH투자증권 선보상 놓고 골머리

  • 2020.07.23(목) 17:08

편입자산 98% 사모사채…대표는 횡령해 개인투자
NH투자증권, 선보상안 보류…펀드 이관 부담까지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로 금융시장에 충격을 안긴 옵티머스 펀드 사고가 자산운용사의 계획적인 사기극으로 드러났다. 당초 투자제안서와는 전혀 다른 부실자산을 편입하는가 하면 대표이사가 펀드 자금을 뒤로 빼돌려 주식과 선물옵션 매매 등에 이용하는 등 각종 범죄행각을 벌인 사실도 확인됐다.

옵티머스 펀드의 최대 판매사로, 안팎으로 거센 손실 보상 압박을 받고 있는 NH투자증권은 이사회를 열어 투자금 선지급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등 보상안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분간 옵티머스 사고와 관련한 후폭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 장부 열어보니 98%가 사모사채…공공기관 매출채권 '전무'

23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옵티머스자산운용 중간검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일 평가액 기준 46개 옵티머스 펀드 편입자산은 약 5235억원으로 편입 자산의 98%인 5109억원이 비상장기업 사모사채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모사채 발행사는 △씨피엔에스 2052억7000만원 △아트리파라다이스 2031억원 △라피크 402억원 △대부디케이에이엠씨 279억원 등이다.

옵티머스운용은 펀드를 출시하면서 사모펀드로는 비교적 낮은 3~4.5%대의 금리를 제시하는 대신 투자대상의 안정성을 강조하면서 수천억원대의 투자자금을 모집했다. 운용사 측이 투자제안서에 명시한 투자처는 건설사가 보유 중인 정부 산하기관 또는 공공기관 발주공사의 확정 매출채권.

그러나 실제로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사모사채 발행사를 경유해 부동산 등에 투자하거나 펀드 간 돌려 막기에 자금을 사용했다. 애초부터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할 생각이 없었음에도 투자자를 속인 것이다.

금감원은 "옵티머스운용 임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자금 사용처는 약 60여개 투자처, 3000억원 내외 수준"이라면서도 "위법행위 혐의자가 제출한 자료인 만큼 신뢰성이 낮아 자산 실사 등을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자산은 대부분 권리관계가 불투명한데다 실제 가치 역시 낮아 회수 가능성이 적다는 판단이다.

◇대표가 펀드 자금 빼돌려 주식·파생상품 투자…당국, 투자금 회수 절차

대표이사의 펀드 자금 횡령 혐의도 드러났다. 현재 구속 중인 김재현 옵티머스운용 대표는 자신 명의 증권계좌로 수차례에 걸쳐 펀드 자금을 빼돌려 주식과 선물옵션 매매 등에 사용했다. 김 대표는 이외에도 개인적인 부동산 투자 등에 펀드 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수백억원에 달하는 투자금 대부분이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옵티머스운용은 금감원으로부터 조사받는 와중에 허위자료를 제출하거나 자료를 은폐하는 방식으로 정상적인 검사업무를 방해하기도 했다. 건설사 등과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음에도 허위로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 등을 제출한다거나 금감원 현장검사 직전 주요 임직원의 PC와 관련 자료를 별도 사무실과 인근 창고 등에 은폐했다.

심지어는 펀드 자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대여하고 시행사로부터 금융자문수수료를 받거나 운용인력이 아닌 대표가 펀드 운용에 관여하는 등 비상식적인 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투자금 회수를 위한 현장검사 착수와 함께 판매사의 협조를 얻어 채권 보전을 위한 가압류 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이와 함께 옵티머스 펀드를 다른 운용사에 이관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 NH투자증권, 보상 압박에 펀드 이관 부담까지

운용사의 조직적인 사기극으로 확인된 이번 옵티머스 펀드 사고로 가장 난감한 곳은 펀드를 가장 많이 판 NH투자증권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1일 기준 옵티머스 펀드 판매액 5151억원 중 84%에 해당하는 4327억원어치를 홀로 팔았다. 하이투자증권(325억원), 한국투자증권(287억원), 케이프투자증권(148억원) 등 다른 판매사들과 차이가 크게 난다.

NH투자증권은 이에 따라 불완전판매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투자자 선보상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투자자들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선보상 안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사측은 검토가 더 필요하다며 결정을 미뤘다.

NH투자증권은 "장기적인 경영 관점에서 좀 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으로 판단해 보류했다"며 "조만간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외부에서 기대하는 선보상안의 수준이 너무 높아 NH투자증권이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 중 하나인 한국투자증권은 투자금에 대해 70%를 선지급하는 보상안을 발표한 바 있다. NH투자증권이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상하려면 그 금액이 3000억원을 웃돈다. NH투자증권이 한해 벌어들이는 이익의 거의 절반이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자칫 주주배임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NH투자증권으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은 이와 함께 최대 판매사로서 지주 계열 운용사와 더불어 옵티머스 펀드를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NH농협금융지주는 NH-아문디자산운용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날 옵티머스 펀드 중간검사 브리핑에서 김동회 금감원 부원장보는 "라임 펀드의 경우 판매사 등과 얽힌 부분이 복잡했지만 옵티머스 펀드는 판매사별로 펀드가 명확히 구분된다"며 "판매사 쪽에 이관된다면 순조롭게 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NH투자증권이 84%를 판 만큼 이관해갈 수 있는 단순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 부원장보는 다만 "NH 쪽에서 이관 처리할지는 아직 확정이 안 된 상태"라며 "여러 가지 사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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