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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만 독박?…거세지는 옵티머스 보상 논란

  • 2021.03.19(금) 08:30

책임 공방 여전한데…당국, NH증권에 전액배상 권고 가능성
NH증권 수락 가능성 낮아…투자자 보상에는 '다자배상' 유리

지난해 국내 자본시장을 뒤흔든 옵티머스펀드 사고 보상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다음 달 열릴 옵티머스 펀드 관련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서 금융감독원이 NH투자증권에 100% 원금 반환을 권고할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판매사와 수탁사, 사무관리사 간의 과실 책임이 명확히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판매사인 NH투자증권에 모든 책임을 돌리고 수천억원에 달하는 피해 금액을 홀로 부담하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결정에 따라 자칫 책임 당사자 간 법적 공방은 물론 판매사-투자자 간 소송전까지 예상되는 만큼 금융당국의 현명한 판단이 더 중요해졌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사진:NH투자증권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옵티머스 펀드가 제시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고 내달 초 옵티머스 펀드 분조위에서 민법상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조항을 적용한 분쟁조정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럴 경우 판매사와 투자자의 계약은 아예 무효가 되고 판매사는 투자자에게 원금 전액을 돌려줘야 한다. 

이는 지난해 6월 라임 플루토 TF-1호(무역금융펀드)에 대한 분조위 결과와 동일하다. 당시 분조위는 핵심 정보를 허위‧부실 기재한 운용사 투자제안서를 판매사가 그대로 투자자에게 설명해 착오를 유발한 만큼 책임이 크다고 봤다. 

당초 업계에선 계약 취소가 아니라 판매사 NH투자증권과 수탁사 하나은행, 사무관리사 한국예탁결제원에 모두 책임을 묻는 '다자배상'으로 결론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앞서 전액배상을 권고한 라임 펀드 사태와는 사건의 성격과 전개 과정이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라임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판매사가 부실 여부를 사전에 인지하고서도 펀드를 계속 판매했거나 운용사의 불법행위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전액배상을 권고했다.

그러나 옵티머스 사태는 판매사인 NH투자증권에 전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펀드 자산관리를 맡은 수탁사 하나은행은 신탁계약서상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매입해야 하지만 운용사 말만 듣고 부실 사모사채를 사들인 책임이 있고, 사무관리사 한국예탁결제원 역시 기준가격 산정과 투자 내역 정리 등 사무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과정에서 관리·감독 책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받고 있다. NH투자증권과 하나은행, 예탁결제원 모두 운용사의 '사기 행각'에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는 상황이다. 

당국 역시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에 일정 부분 과실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금감원이 하나은행을 사기 방조 혐의로 검찰에 통보한 것이 그 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 작업이 속도를 내려면 NH투자증권이 우선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돌려주고 차후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에 구상권을 청구해 배상금을 분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당국이 윤석헌 금감원장의 거취 문제와 맞물려 옵티머스 사태를 서둘러 봉합하기 위해 NH투자증권에 일단 책임을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이 분조위 결정을 고분고분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작다. 기본적으로 라임 사태와 비교해 형평성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는 데다 자칫 권고를 덥석 받아들일 경우 단독 책임의 꼬리표가 붙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향후 하나은행, 예탁결제원과의 구상권 청구 소송전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있다.

코스피 상장사인 NH투자증권으로선 배임 이슈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배상해야 할 금액이 지난해 회사 전체 순이익 5769억원의 75%에 달하는 4327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전액배상에 대한 경영진의 의사결정은 이사회와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올 게 뻔하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투자자들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안을 놓고서도 이사회를 6차례나 열었으며, 배임 책임론에 부담을 느낀 사외이사 3명이 중도 사임하는 등 극심한 진통에 시달린 바 있다. 유동성 지원 결정에도 내홍을 겪은 NH투자증권이 혼자 배상을 책임지고 차후 당사자 간에 책임 비율을 나누라는 분조위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견해다.

분조위 결정은 권고일 뿐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NH투자증권이 권고를 수락하지 않을 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NH투자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야 한다. 사안을 고려할 때 소송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고 그에 따른 시간과 비용은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또한 투자자들이 소송에서 승리한다 할지라도 전액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투자자들을 위해서는 다자배상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자배상 시 NH투자증권과 하나은행, 예탁결제원이 협의해 배상비율을 결정하는 만큼 피해를 입은 투자자가 불필요한 소송전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며 배상금 역시 3자가 나눠 부담하는 점을 고려하면 100% 배상 가능성은 오히려 더 높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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