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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양기 몸 사리는 금융당국, 현안 처리 '제자리'

  • 2022.03.25(금) 08:58

사모펀드 증권사 CEO 제재·노조추천이사 선임 하세월
새 정부 정책기조 변화 리스크…"목소리 내기 부담"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금융당국의 현안 처리가 답보 상태다. 사모펀드 판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제재는 1년 넘게 판단을 유보하고 있고, 현 정부 대선 공약인 노조추천이사제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이다.

통상 새 정부가 들어서면 금융당국 수장을 필두로 금융권에 인사 태풍이 불었단 점에서 당국도 차기 정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굵직한 결정은 일단 미루면서 사실상 현안 처리가 올스톱됐단 평가다.

정부서울청사 앞 금융위원회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 사진=금융위원회

사모펀드 판매 증권사 CEO 중징계안 1년째 '공회전'

우선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판매 증권사 전·현직 최고경영자(CEO) 제재 안건은 벌써 1년 넘게 공회전하고 있다. 옵티머스 펀드 판매 증권사 CEO 제재안은 금융위원회 테이블에 오른지 막 1년을 넘어섰고, 라임의 경우 1년반 가까이 답보 상태다.

앞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는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의 책임을 물어 박정림 KB증권 대표 등 전·현직 증권사 CEO들에 '문책경고' 등의 중징계 결정을 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서는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에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로 결론을 냈다. 

제재심의 증권사 CEO 제재 근거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시행령 위반이다. 이들 증권사 모두 사모펀드 판매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그 책임이 CEO에게 있다고 본 것이다.

이 가운데 법원은 이와 관련해 엇갈린 판결을 내렸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과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대해서는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를 소홀히 했는지는 (금융사 CEO) 제재 사유가 아니다"라고 판단한 반면,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게는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힌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재판이 아직 진행중이니 지켜보면서 (심의를) 할 것"이라면서도 "한정없이 기다리진 않을 것이고 올해 안으로는 결론을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조추천이사에 묵묵부답…새 정부 '눈치보기'

이처럼 엇갈린 법리 해석이 일단은 장고의 원인으로 보이지만, 금융당국으로선 차기 정부의 정책 기조가 달라질 가능성이 더 큰 리스크다. 최종 판단이 새 정부 스탠스에 어긋날 경우 향후 모든 책임이 금융위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두고 금융위가 뜸을 들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은행장이 후보를 제청하고 금융위가 임명하는데, 사외이사 4인중 2인의 임기가 오는 26일 만료된다.

이에 이 은행 노조는 최근 사외이사 후보로 3인을 추천했다. 금융위는 이들의 이력을 대략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별다른 기색을 내보이지 않고 있다. 

이 역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윤석열 당선자가 대선후보 시절 공약한 노동이사제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노동이사제는 노조추천이사제의 다음 단계 격으로 노조가 추천한 제3의 인물이 아니라, 노동자를 사외이사 자리에 곧바로 앉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노동이사제 철폐를 강조해왔고, 올 하반기 시행 또한 전면 보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차기 정부 진영이 노조의 경영 참여에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이와 반대되는 움직임을 보이긴 쉽지 않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 정부 기조가 국가 주도가 아닌 민간 중심인 만큼, 금융당국도 현 상황에서 노동이사제나 (노조)추천이사제에 대해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인수위 꾸려지면서 (금융위와) 통화 한 번 하기가 어려울 만큼 모든 부처가 매우 분주한 것으로 안다"며 "업권 특성상 정부에 정책적인 보조를 잘 맞춰야 하기 때문에 주요 현안에 당장 목소리를 내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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